[기자의 눈/이정은]공정성 도마 오른 공공기관 경영평가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정은 정치부
이정은 정치부
매년 여름이 되면 100여 개 공공기관의 내부는 시끌시끌해진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고등급(S등급)을 받을 경우 해당 공사의 임직원은 월 기본급여의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최하등급을 받게 되면 예산이 1% 깎일 뿐 아니라 기관장에 대한 ‘해임’ 건의 조치가 이뤄지는 등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받게 된다.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평가 결과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평가등급이 낮게 나온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선 “(점수가 잘 나온) 일부 공공기관이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한다” “일은 제쳐두고 평가 대응 업무에 인력을 총동원했다더라” 등의 비아냥거림도 흔하다.

2007년 처음 시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이처럼 매 시비에 휘말렸고 급기야 지난해 9월부터 감사원이 재정부의 경영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28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들의 항의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님을 보여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재정부는 평가위원들의 선정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았다. 평가단장이나 관계 공무원의 개인적인 추천을 받아 제한적으로 인력 풀을 구성했고 여기서 입맛대로 몇 명만 연속 선발했다.

평가지표가 부적정하거나 경영평가 근거자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도 있었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광구에서 개발 중인 가채매장량의 단가를 산정하면서 총액을 높일 수 있는 과거 환율을 적용했다. 이 방법으로 ‘해외개발사업효율성’ 지표를 높여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당시 소송으로 예상되는 손실액 270억 원을 비용 처리하지 않은 채 자본생산성을 산출했다. 경영평가단은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수자원공사의 경영실적 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 두 공사는 지난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소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곳이다. 개별 경영평가위원이 작성한 평가 서류를 회수하지 않은 채 최종 평가결과 보고서만 제출받는 등 자료가 허술하게 관리돼온 사실도 드러났다.

성과가 좋은 공공기관을 격려하고, 미흡한 곳을 채찍질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함은 기본이다. 그래야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고 뒷말이 없다. “공정한 실적평가가 이뤄지도록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재정부에 통보한 감사원의 조치가 내년 평가에는 반영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