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선]‘가계부채 폭탄’ 선제적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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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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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우려 등 대외 악재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대체로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된다.

가계부채 느는데 상환능력은 악화

첫째, 가계부채의 양이 적지 않은 데다 증가 속도가 빠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 가계부채는 연 1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위기 이후 증가 속도가 낮아졌으나 여전히 8%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선진국이 위기 이후 가계부채 축소 과정을 거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과 여신전문회사를 통한 가계부채가 14∼16%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저소득자와 저신용자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빠른 반면 소득 증가세는 이에 미치지 못해 채무 상환능력은 악화되는 추세다. 2000년대 중반 120% 수준이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146%로 높아졌다.

둘째, 가계대출 구조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변동금리가 90% 이상이어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일시에 커진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 대부분이라 금융기관이 대출 축소에 나서면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 또 거치식 대출이 많아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이 70%를 넘는다. 대출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한편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유인이 줄어들게 해야 한다. 일정 수준을 웃도는 가계대출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은 대출일수록 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 가계의 이자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로 금리 인상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물가와 경기 상황이 금리정책에서 우선적 고려 사항이겠지만 금리 인상을 보류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억제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가계대출 구조의 개선책으로는 장기 분할상환방식과 고정금리 대출에 대한 유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기관에 대해 충당금 적립 부담 차별화, 가계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 등을 통해 금융기관과 가계가 장기 분할상환, 고정금리 대출을 선호하게 해야 한다.

가계부채 대책 마련에 있어 급작스러운 가계대출 규제 강화는 정책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갑자기 가계대출 축소에 나설 경우 많은 가계가 상환자금 마련에 애로를 겪고 동시에 소비 위축으로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에 의한 가계신용 위축과 금리 인상은 저신용자와 저소득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가계수지가 만성적인 적자여서 부채 의존이 불가피한 가계는 고금리의 음성적인 차입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인 가계대출은 죄더라도 서민금융을 활성화해 저소득자에 대한 활로를 열어줘야 하는 이유다.

분할상환-고정금리 유인책 필요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으려면 부동산가격 안정을 통해 주택 구입을 위한 무리한 대출 수요를 줄여나가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소득 증가가 최선의 방안이다. 소득이 늘어 가계수지가 개선돼야 차입 의존도가 줄어들고 부채 상환능력이 커질 수 있다.

아직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1%대에 머물고 있다. 당장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경기 상황과 부동산가격, 금리 변화와 맞물려 가계 부실 확대가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낙관해서도 안 된다. 선제적인 차원에서 가계부채의 연착륙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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