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같지 않은 ‘쭉정이 대학’ 정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전남 강진군에 있는 성화대의 이행기 전 총장 겸 설립자는 교수 채용 대가로 4억 원을 받고 50억 원 상당의 교비(校費)를 횡령한 혐의로 1심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에 계류 중이다. 이 전 총장은 변호사 비용 9억여 원도 교비에서 빼내 썼다. 이 대학은 “재정난이 심하다”며 이달 교수 월급으로 13만여 원을 지급하고 “미지급된 월급은 학생 등록금을 받아 지급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교수들에게 보냈다. 설립자가 학교회계와 개인 주머닛돈도 구분하지 못하고 학교 돈을 맘대로 가져다 쓴 재단 비리의 전형이다.

광주(光州) 모 대학의 교수 2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의 절반 이상을 빼돌렸다. 교수들은 해당 학과 사무실에 장학금을 허위로 신청하기 위해 학생들의 도장 세트까지 구비해 놓고 있었다. 교수들은 학생 장학금에서 빼돌린 돈을 고3 진학 담당 교사들의 접대비용으로 사용했다.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부실 사학의 교수들은 고3 진학 담당교사에게 “학생을 보내 달라”고 읍소하고 접대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다시피 했다. 교육대를 제외한 4년제 대학 191개 가운데 학생 충원율이 90%에 못 미치는 대학이 41개나 된다. 학생이 충원되지 않으면 대학이 구조조정 명단에 오르고 등록금 수입이 없으면 학교 재정에 구멍이 난다. 한 지방고교 교무실 문에 ‘대학교수와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어렵게 신입생을 뽑아놓으면 편입시험을 봐 더 나은 대학으로 옮겨 가버린다.

대학의 옥석을 가리지 않고 반값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시행하면 등록금 장사로 겨우 생존하고 있는 부실 대학들의 수명만 연장해줄 뿐이다. 이런 대학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느니 실업고를 확충하는 편이 낫다. 교과부는 300여 개(2년제 포함) 대학 가운데 지난해 1차로 23개, 올해 2차로 50개를 퇴출시킬 계획이라지만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국회에 부실 사학을 퇴출하기 위한 법률안이 상정돼 있지만 설립자가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대학 설립에 들어간 돈은 이미 개인의 돈이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퇴로를 어느 정도 열어주더라도 부실경영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부실 사학 정리는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무한정 미룰 수 없다.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등록금 지원 문제는 부실 대학 정리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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