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정민]남북한, 원자력시설 공격 금지 조약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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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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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객원연구원
강정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객원연구원
사고 발생 두 달을 넘긴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여 사고 원전들로부터 방사성 물질 누출이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 2, 3호기 원자로 내에 녹아내린 핵연료의 안정적 냉각을 위해 쏟아 붓는 하루 평균 500t의 냉각수는 고스란히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바뀌어 원전 건물 내에 고여 3월 19일자로 약 10만 t이나 된다고 한다. 방사선 피폭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고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 주민 7만∼8만 명이 피난하였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피해규모 면에서 체르노빌 사고를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원전 안전시스템의 문제점을 부각시킨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 세계 원자력계는 향후 천재지변에 대한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높여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한층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후쿠시마류의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닌 사보타주(방해공작)에 의한 테러 또는 군사적 공격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국내 전력 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은 전국에 산재한 4개 부지의 21기 원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16년까지 7기의 경수로가 건설 완료되고 2030년까지 11기의 경수로가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비해 북한은 전역에 산재해 있을 미신고 핵 및 원자력 시설 이외에도 현재 운전 정지된 5MW 흑연로, 건설 중단된 50MW 흑연로, IRT2000 연구로, 재처리시설, 핵연료 제조시설 등이 영변에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중순 방북한 미국 스탠퍼드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에 의해 알려졌듯이 북한은 영변에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안전성 문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열출력 100MW 경수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핵 및 원자력 관련 시설이 산재해 있는 현 한반도 상황에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여 남북한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이 미사일 또는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국내 원전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면, 그래서 파괴된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로부터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다면, 후쿠시마원전 사고가 보여주듯이 그 여파는 남과 북을 떠나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역으로 우리가 북한의 핵 및 원자력 시설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경우 역시 만만찮은 여파를 일으킬 것이다. 일반적인 재래식 무기의 공격과는 달리 방사성 물질 누출이 수반되는 원자력시설의 파괴는 사고 정도에 따라 주변지역을 수십 년간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못한 곳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도와 파키스탄은 발전용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핵연료제조시설, 우라늄농축시설, 재처리시설 등 모든 주요 원자력시설에 대해 상호간 군사적 공격을 금지하는 조약에 서명하였고, 이는 1991년 발효되었다. 이 조약으로 양국이 주요 원자력시설에 대한 위치정보 등을 매년 교환하고, 신고된 시설에 대해서는 군사적 공격을 금지할 것을 서약하였다.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필자는 남북한 간에도 인도-파키스탄처럼 쌍방의 원자력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금지 조약을 맺을 것을 제안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6자회담 등 다른 접근법으로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매년 갱신을 목표로 위치와 내용에 대해 쌍방이 신고하는 원자력시설에 대해서는 남북한이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조약을 맺는 것이다. 그리고 신고된 원자력시설에 대한 상호 검증을 위해 남북한은 가칭 ‘남북원자력시설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북한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강정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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