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로잔의 국가경쟁력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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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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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레만 호(湖) 북쪽의 관광·휴양도시 로잔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를 비롯해 스포츠 관련 국제연맹 본부가 즐비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배상 문제를 사실상 종결지은 1932년 로잔 회의 등 역사적인 국제회의도 열렸다. ‘올림픽의 도시’ ‘회의의 도시’인 로잔은 이곳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상반기 세계경쟁력 연감을 발표할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는 ‘국가경쟁력 평가의 도시’이기도 하다.

▷IMD는 국가경쟁력을 ‘한 나라의 경제 환경 및 여건이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국부(國富)를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통계자료와 기업인 설문조사를 통해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의 20개 부문을 분석해 주요 국가의 경쟁력 순위를 매긴다. 평가의 적절성 논란도 있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하반기 발표하는 순위와 함께 국가별 경쟁력을 판단하는 양대 지표로 꼽힌다.

▷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22위로 상향됐다. 우리나라가 조사대상에 포함된 1997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은 2009년 27위, 2010년 23위, 올해 22위로 3년 연속 순위가 올랐다. 지난해 10계단이나 추락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에 추월당한 일본은 올해 26위로 한 계단 올라섰지만 여전히 우리보다 낮다.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퍼주기 식 복지정책과 집단이기주의로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는 56위로 작년보다 10계단 내려앉았다. 올해 1위는 미국과 홍콩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기획재정부가 추정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세계 13∼14위였다. IMD의 ‘국가경쟁력’ 올림픽에서 순위가 높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적어도 경제력 순위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물가, 외국인 투자, 비생산적 노동관계, 기업 고위간부의 역량 등 한국의 순위가 하위권인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긴요하다. 그리스 일본의 추락에서 보듯 재정 건전성 악화는 국가경쟁력의 약화와 직결된다는 점도 깊이 새겨야 한다. 국가재정과 국가경쟁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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