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우신]건보공단, 약가협상 감사결과 왜 숨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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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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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한우신 교육복지부 기자
정신분열증 치료제 ‘로나센정’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부광약품의 약가 협상에서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해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약가가 오른 경위가 미심쩍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약가협상 담당자와 제약사 관계가 의심스럽기 때문에 공단이 자체 감사를 실시한 뒤 위원회에 보고하라는 결정도 했다.

하지만 공단은 지난해 11월 내부 감사를 시작한 뒤 아직까지 보고서 제출을 미루고 있다. 공단 감사실은 올해 2월 1차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사를 받은 부서가 오히려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공단은 약가 협상 비리 의혹에 대해 검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에서 의혹이 시원하게 풀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경찰은 공단이 약가 협상 내부 지침만 건넸을 뿐 협상이 잘못됐다는 증거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럴 거면 수사를 왜 의뢰했는지 모르겠다”며 “건보공단이 면피하려고 수사 의뢰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공단은 국회의 계속된 보고서 제출 요구에도 대상자가 이의 신청을 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한다. 지금도 공단 관계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해줄 말이 없다’고만 한다.

공단은 수사 의뢰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자꾸 의혹을 제기하니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했다”며 다른 의도가 없음을 강조한다.

약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협상 당사자인 공단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버텨보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이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다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비싼 약을 먹어야 한다.

어제 걷은 건강보험료는 오늘 환자들의 치료비가 된다.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신속하게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요즘처럼 건보 재정 악화로 정부와 국민 모두 민감한 시기엔 더더욱 그렇다. 건보공단이 잘하고 잘못하는 것 모두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준다. 단 하나의 약가 협상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2006년 약가 협상 권한이 공단으로 넘어온 후 수차례 지적된 불투명한 약가 협상 문제가 이번에 투명해지길 기대한다. 독점 권한을 가진 기관일수록 갑자기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최근의 금융감독원 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다.

한우신 교육복지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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