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죽어가는 북한산 또 울리는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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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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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사회부
김윤종 사회부
“북한산이 살아나고 있나요? 죽어가고 있나요?” 최근 독자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다. 기자는 지난달 20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입수해 보도했다. 북한산 내 계곡 20곳과 습지 1곳을 조사한 결과 계곡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는 버들치 모래무지 등 8종뿐이며 계곡 15곳에는 민물고기 1종(버들치)만 서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0종 이상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다른 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다.

하지만 환경부와 공원공단은 5일 이와 상반된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실시한 북한산국립공원 자연자원조사 결과 2001년 1차 조사 때 확인된 1419종보다 1526종이 많은 2945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등 북한산 환경이 개선됐다는 내용이었다. 공원공단 측은 “북한산 계곡 내 음식점을 이주시키고 계곡 출입을 금지하는 특별보호구역 제도를 시행한 결과”라는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불과 2주일 만에 정반대의 내용이 발표되니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한 것은 당연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지성희 활동팀장은 “북한산 내 공식 탐방로 75개 외에 등산객이 뚫어놓은 샛길만 무려 350개가 넘는 데다 매년 1000만여 명의 탐방객이 북한산을 찾고 있다”며 “정부 발표는 아마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한 가지 실마리를 제공했다.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던 기자는 2001년과 2010년의 조사내용을 꼼꼼하게 취재해봤다. 그 결과 비교대상이 된 두 차례의 조사 인원과 방법, 범위가 크게 달랐던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확인된 생물 1526종 중 대부분을 차지한 곤충류(1211종)의 경우 1차 조사 때는 한 사람이 24일 동안 낮에만 관찰을 했지만 2차 조사에서는 두 사람이 낮과 밤에 번갈아 관찰했다. 계곡도 마찬가지였다. 국립공원연구원 이승록 연구원은 “계곡 내 민물고기 조사의 경우 1차 조사에서는 일부 지역만 한정해 조사했지만 이번에는 20개 주요 계곡을 모두 조사했다”고 밝혔다. 공원공단 자원보전부 김철도 차장은 “북한산 생태계가 10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북한산의 생물종이 1차 조사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조사기간과 조사지역, 분야별 조사인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공원공단의 발표는 결국 단순비교가 불가능한 두 차례의 조사를 대비해 마치 북한산의 생태환경이 크게 나아진 것처럼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북한산을 되살리기 위해선 이런 정부 당국의 자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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