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혜경]어린이날, 세계의 어린이 돌아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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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경 유니세프 시니어어드바이저
전혜경 유니세프 시니어어드바이저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 시절 어린이날은 크리스마스와 생일 다음으로 기대되는 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을 떠올리면 어딘가에 풍선이 보이고 맛있는 간식이 있었고, 소박한 선물도 있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극장과 놀이동산도 희미하게 생각난다.

가난한 나라 어린이에 희망 주며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은 무슨 느낌을 줄까? 영어학원 안 가도 되는 날? 최신 게임기를 받는 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피자를 먹는 날? 그 답이 무엇이든 확실한 것은 지난 30∼4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고 앞으로 우리는 더욱 세계화된 사회에서 살게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와 문화의 세계화는 물론이고 정보의 세계화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세계 어린이들의 생각과 삶을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페이스북이 친구와의 관계를, 문자메시지(SMS)가 우리의 대화 방법을 바꾸고 있다. 화상통화로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고, 전 세계 뉴스를 실시간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우리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미국 이란 아프가니스탄 페루 탄자니아 잠비아 등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최근 페루에 출장 가서 어느 빈민가에 들렀는데 거기서 만난 한 어머니는 아이를 안고 스페인어로 하는 우리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었다. 나를 보자 자신의 아이도 한국 사람처럼 좋은 교육을 받고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페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10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참 열심히 달려왔고 우리 어른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다행히 멀리 왔다. 한강의 기적이나 아시아의 호랑이 같은 표현들이 우리의 경제성장을 설명해 준다. 이제 국제사회는 우리를 잿더미에서 솟아오른 용 같은 나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세계개발원조총회 같은 회의를 개최하는 나라로, 세계적인 음악가와 스포츠맨을 키운 나라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 바라본다.

물론 우리도 풀어야 할 문제와 과제가 많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앞과 함께 옆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 지역, 우리나라, 더 나아가 좁아진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 이웃도 우리와 함께 전진해야 한다.

영양 결핍으로 북한 어린이가 발육이 부진하거나 학업 능력에 지장이 생긴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미래와 가족 또는 몸담은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통일된 한반도에서 살 우리 모두가 안타까워해야 할 문제다.

최빈국가의 여자 어린이가 초등학교 교육을 1년 더 받는다면 그 아이는 자라서 임금을 10∼20% 더 받을 수 있고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교육 받은 여아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아동 혼인을 할 비율이 낮고, 특히 미성숙한 신체 조건에서 임신 및 출산하여 목숨을 잃거나 건강을 해칠 확률도 낮아진다.

한국 브랜드 세계에 알릴 기회로

우리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준 나라 중에는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도 있지만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아이티 필리핀 같은 나라도 있었다. 우리가 수많은 이웃 나라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일해 지금의 성과를 이룬 비결과 과정을 이제 국제사회의 여러 이웃과 그들의 필요에 맞춰 나눌 때가 됐다.

앞으로 우리의 해외 원조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원조를 통해 10년 후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단순히 금전적인 투자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개발 과정을 신선하고 차별화되게 국제사회에 홍보하여 세계 어린이들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전혜경 유니세프 시니어어드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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