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AIST 교수들의 이성적 선택 “개혁에 고통 따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KAIST 교수협의회는 비상총회를 열고 발표한 글에서 “우리는 개혁에 반대하지 않고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됨을 잘 알고 있다”며 다수의 교수가 서남표 총장의 개혁을 지지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지속가능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토론해 발전의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며 서 총장의 일방통행식 개혁과 학사운영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교수들은 106 대 64로 사퇴요구안을 부결시켰지만 서 총장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촉구했다.

KAIST는 올 들어 재학생과 휴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P 교수가 자살하자 11, 12일 휴강하고 교수와 학생 간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P 교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을 221편이나 쓴 생체재료 분야의 권위자다. 하지만 연구실 운영비 일부를 개인 용도로 지출한 사실이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P 교수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자살한 학생 4명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첫 번째 자살한 학생과 네 번째 학생은 학업성적이 낮았다. 두 번째 자살 학생은 성적이 뛰어났으며 세 번째 학생은 KAIST와 합병한 한국정보통신대(ICU) 출신이다. ICU 출신은 KAIST 학사규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들 2명의 자살 원인은 첫 번째, 네 번째 학생과는 다르다.

서 총장은 2006년 부임 이후 교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 성적과 등록금 연계제도, 학부 전 과목 영어강의, 입학사정관제 전형 최초 도입으로 대학 개혁에 앞장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더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서 KAIST는 2005년 232위에서 2009년 69위로 수직상승했다. KAIST의 개혁 드라이브가 국내 대학에 미친 긍정적 효과도 평가받아야 한다.

좌파 진영과 일부 인터넷 매체는 KAIST 사태를 경쟁 위주의 대학 교육이 초래한 비극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냉철하게 원인을 살펴보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서남표 총장 구하기’라고 윽박지른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 총장이 KAIST를 ‘Killers Advanced Institute of Stupid Technology(살인자들의 바보기술원)’로 만들고 있다고 빈정거렸다. 학생의 학업과 교수의 연구 및 강의를 면려(勉勵)하는 노력을 죄악시하는 행태는 비이성적이다. 우리 사회의 유별난 쏠림 현상과 경박한 포퓰리스트들의 비난에 KAIST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서 총장은 KAIST 교수들의 이성적 선택과 비판을 존중하면서 지속가능한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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