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재훈]항생제 내성균의 재앙 막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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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보건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항생제 내성’으로 WHO가 세계 공공보건 3대 위협 중 하나로 선언할 만큼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20세기 의학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은 항생제를 통한 감염질환 완치와 백신을 통한 감염증의 예방이다. 그러나 지금도 전 세계 사망자 4명 중 1명이 감염 때문에 죽는다. 특히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렴, 에이즈, 수인성 전염병, 결핵, 말라리아 모두 치료제인 항생제의 내성이 증가하면서 치료 실패에 따른 사망이 늘고 있다.

또 흔한 각종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균이 돼 치료할 약제가 아예 없어지는 현상이 세계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라고도 불리는 이 세균들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신종 전염병으로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수개월 만에 세계로 퍼져나간 ‘NDM-1 대장균’이 대표적이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이는 세계 인구의 60%가 모여 사는 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심각하다. 대부분 나라에서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마음대로 살 수 있고, 항생제 성분의 함량이 턱없이 부족한 ‘짝퉁’ 항생제가 광범위하게 유통돼 내성균 출현을 부추기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은 이를 처방하는 의료인, 항생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함부로 복용하는 소비자, 오남용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보건당국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내성균은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나가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그 대책 역시 국제적인 공조가 필수다. 필자가 1996년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연합(ANSORP)’과 ‘항생제 내성 국제심포지엄(ISAAR)’을 조직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아시아지역 내성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다.

내성균 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이다. 항생제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은 내성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기본이 된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과 민간, 학계의 유기적인 협조 아래 효과적인 캠페인과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다제내성균에 효과적인 새 항생제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집중하고 있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주요 주제에 신항생제 개발이 포함돼야 한다. 이는 인류의 생명을 구한다는 의학적 가치뿐 아니라 치료제 시장의 2위를 차지하는 항생제의 산업적 가치로도 중요하다.

일단 발생한 내성의 전파, 확산을 막는 감염관리 또한 핵심적인 대책이다. 이를 위해 감염 전문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국내 감염 전문의 인원은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며, 감염 전문가가 없는 병원도 허다하다. 감염 전문인력 인프라 구축은 국가 보건정책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선진국들이 각종 전염병을 포함하는 감염질환을 의학적인 문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적인 측면으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기적의 약, 항생제가 과연 21세기에 종말을 고할 것인가. 이는 지금부터 전 세계 의료계가 이에 대한 미래의 대책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이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발생할 감염 쓰나미는 무엇보다 무서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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