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성]천안함의 교훈 헛되지 않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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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성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예비역 육군 소장
윤종성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예비역 육군 소장
26일이면 천안함 사건 발생 1주년이 된다. 혼란과 갈등이 어느 정도 잊혀진 듯하다. 그러나 당시 사건 해결의 중심에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걱정되는 바가 적지 않다. 국제민군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 20일 “천안함은 북한의 CHT-02D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북한은 사과는커녕 남한이 ‘날조’한 것이라며 연평도에 폭격을 가하고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다.

평화에 대한 착각이 부른 참극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과 사상 초유 3부자 권력 세습의 어려움, 연이은 연평해전 패배 등에 따라 극단적인 생존책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결과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들이 유화적이기를 희망했던 남한의 대북정책은 오히려 강경해졌고, 권력 승계는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으며 분쟁수역화를 노렸던 서해상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강화되었다.

천안함 사건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한반도가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6·25전쟁을 치르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정전협정이란 말 그대로 전쟁을 잠시 중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평화 공세 또는 일부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마치 한반도에서 전쟁이 사라진 것으로, 아니면 평화가 정착된 것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둘째, 국가의 정체성을 재점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발생 후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 좌파세력이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다. 이들은 사실(Facts)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뒤엎으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려고 한 것이다. 국가 정책에 대해 진보적인 시각도, 보수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는가의 문제다.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의 정체성, 즉 가치(Value)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셋째, 국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와 1990년, 중국과 1992년 국교를 수립했다. 이들은 외견상 남북한 등거리 내지는 오히려 북한을 소홀히 하는 듯한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우리는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 이들의 본색이 드러났다.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였다. 한마디로 남한에서는 실리를 추구하고 북한과는 의리를 중시했다.

넷째, 대북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통일정책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지식인과 정치인들은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좌우하는 대북정책에 여야와 이념의 울타리를 깨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임진왜란 등 역사적 교훈에서 볼 수 있듯 외교안보통일정책은 정권과 이념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념-정파 뛰어넘는 통일전략을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의 의미와 교훈을 바탕으로 철학과 사상,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보다 차원 높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쪽에서는 찬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대하는 그런 정책이 아니라 이념과 정파를 넘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외교안보통일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만들어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진정성을 가지고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뇌하여 창조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북한의 천안함 공격으로 차디찬 서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46용사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할 수 있고 대한민국과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윤종성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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