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주광란은 청춘의 특권 아닌 타락과 후회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최근 인터넷에 서울 어느 대학 2011학년도 신입생 환영회 사진이 떠다니고 있다. 과자를 물고 누운 여학생 위로 남학생이 올라가 키스하듯 과자를 나누어 먹기, 남녀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성행위하는 듯한 자세로 오래 버티기 같은 민망한 모습들이다. 사진에는 환영회에 참가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이 “선배들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게임을 강요했다”고 쓴 댓글이 달려 있다.

많은 학생이 대학생활을 광란에 가까운 폭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일어난 음주사고가 여러 차례 경종을 울렸지만 좀체 근절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한 지방대에서 만취한 1학년 여학생이 자취방에서 사망했다. 지난달에도 학교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과음한 연세대 3학년 남학생이 추락사했다. 2007년부터 4년 동안 신입생 환영회의 폭음으로 사망한 대학생이 10명이나 된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9년 대학 총학생회장들에게 “술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호소문을 낼 정도였다.

술기운을 빙자한 성추행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고교를 갓 졸업했거나 힘겨운 재수생활을 마친 여학생을 상대로 어떻게 이런 퇴폐적인 음주행태가 일어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 직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형사처벌감이다. 남녀 대학생이 서로 사랑할 수 있지만 만취해 상대가 누구인지도,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를 하면 평생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 폭음과 퇴폐 음란으로 얼룩진 일탈을 보며 부모가 어떻게 안심하고 자녀를 대학에 보내겠는가. 만취한 상태에서 벌이는 퇴폐적인 행태가 ‘소속감을 강화하고 단결력을 고양하기 위한 행사’일 수는 없다. 학생회 주관으로 이런 광란의 환영의식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 학생생활을 폭넓게 지도해야 할 대학교수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좋은 분위기에서 마시는 한두 잔 술은 기분 전환과 사교를 위한 윤활유가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친 음주는 개인과 가정에 손상을 주고 사회적 부담도 만만찮다. 성인사회에서는 과음으로 건강을 잃고, 경력을 망가뜨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젊은 시절부터 잘못 배운 음주 습관은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지고 평생 극복하기 어렵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와 술을 처음 입에 대는 학생일수록 절제하는 음주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사람마다 주량(酒量)이 다른 만큼 술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음주광란의 신입생 환영회는 청춘의 특권이 아니라 타락과 후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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