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태경]북한인권법 발목잡은 민주당, 변명 그만두고 협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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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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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북한인권법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원회로 넘어간 지 1년이 지났다.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민주당은 2004년 10월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때부터 반대했다. 반대 논리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전쟁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전쟁은커녕 6자회담은 지속됐다.

북한인권법은 곧 전쟁이라는 논리가 머쓱했는지 최근 민주당은 새로운 반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인권법은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 효과가 없고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인권법의 핵심 목표는 정부의 북한인권 개선 의지를 천명하고 동시에 북한 인권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단체 지원은 북한 내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탈북자 문제다. 1990년대 중반 대량 탈북이 발생한 초기에는 송환되는 탈북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처벌이 엄격했다. 단순 탈북자라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거나 총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짐승처럼 탈북자의 발에 족쇄를 채우거나 쇠줄로 코를 꿰어 끌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꾸준히 탈북자 문제를 제기한 결과 요즘은 처벌 강도가 현저히 약해졌다. 최근에는 많은 탈북자가 단순 노역장에서 몇 개월을 살다가 나오는 정도의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 심지어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 북한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액수가 늘어나 북한 내 탈북자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있다.

두 번째 효과는 북한 내 외부정보의 확산이다. 대북 라디오 청취자가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100만 명 이상이 대북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 사람도 4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담은 CD는 고위 간부들까지 몰래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북한의 거짓 선전이 과거처럼 통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북한인권법이 실질적 개선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필자는 작년 6월 북한인권국제회의 참석차 방한한 본데빅 전 노르웨이 총리와 함께 김대중평화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본데빅 전 총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노벨 평화상 수상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김대중평화센터에 전시된 사진 중에서 유독 본데빅 전 총리의 눈길을 끈 것은 김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머리 깎은 모습으로 지낸 사진들이었다. 센터 관계자를 만난 본데빅 전 총리는 “DJ는 한국의 정치범으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 지금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는 20만 명 이상이 고통을 받고 있다. 왜 김대중평화센터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관계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한국 감옥에는 이제 정치범이 거의 없죠”라고 동문서답하며 질문을 피해갔다.

본데빅 전 총리의 눈에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당시 본데빅 전 총리는 민주당 측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본데빅 전 총리와 만나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지금 민주당에는 과거 한국 민주화운동 시기에 정치범으로 감옥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북녘의 또 다른 정치범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북한인권법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을 훗날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3월 임시국회에서는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북한인권법에 흔쾌히 동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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