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컴퓨터 사용 문제로 자녀들과 한바탕 씨름을 하게 된다. 사이버 공간이 자녀들에게는 가정과 학교만큼이나 중요한 환경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 획득과 의사소통, 오락 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 컴퓨터게임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 컴퓨터게임 중독 고교생이 아버지의 꾸중에 자살하거나 중학생이 컴퓨터게임을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등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게임에 중독되면 사춘기 자녀의 폭력 성향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즐김으로써 게임 속 행동을 모방하거나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폭력을 쉽게 쓰기 때문이다. 또 게임을 하는 데 과도한 시간을 쓰면 또래들과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면서 대인관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놓쳐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부적응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컴퓨터게임 중독 사건들의 공통점은 정도가 지나치면 자신은 물론 가족 간에 갈등이나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가정에서는 게임에 빠진 청소년 자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자녀(특히 아들)를 낳으면 1촌, 사춘기가 되면 남남, 군대에 가면 손님, 결혼을 하면 사돈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가운데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 된다는 표현에 적지 않은 부모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청소년을 가리키는 ‘adolescent’는 성장하다(to grow up), 성숙에 이르다(come to ma-turity)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인에 이르는 단계를 거쳐 가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컴퓨터게임 문제로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사춘기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모 자녀 간 관계 맺기를 시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즉 금성 자녀와 통하는 화성 부모가 되라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디지털세대인 사춘기 자녀들을 심리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자신은 어떠한 부모였는지 점검해보는 것이다. 통제할 때는 엄격하되 포용할 때는 따뜻한, 자녀와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부모가 되자. 이러한 관계 맺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문을 잠그고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 “정말 내 배 속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컴퓨터가 뭐기에 우리 애가 한순간에 변해버렸는지 모르겠다”라는 푸념이 그냥 푸념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