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효순]게임중독 야단치기 전에 자녀와 대화를

  • 동아일보

김효순 세종사이버대 교수
김효순 세종사이버대 교수
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컴퓨터 사용 문제로 자녀들과 한바탕 씨름을 하게 된다. 사이버 공간이 자녀들에게는 가정과 학교만큼이나 중요한 환경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 획득과 의사소통, 오락 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 컴퓨터게임 중독에 이르기도 한다. 컴퓨터게임 중독 고교생이 아버지의 꾸중에 자살하거나 중학생이 컴퓨터게임을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등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게임에 중독되면 사춘기 자녀의 폭력 성향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을 즐김으로써 게임 속 행동을 모방하거나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폭력을 쉽게 쓰기 때문이다. 또 게임을 하는 데 과도한 시간을 쓰면 또래들과 어울릴 시간이 줄어들면서 대인관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놓쳐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부적응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게임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컴퓨터게임 중독 사건들의 공통점은 정도가 지나치면 자신은 물론 가족 간에 갈등이나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 가정에서는 게임에 빠진 청소년 자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자녀(특히 아들)를 낳으면 1촌, 사춘기가 되면 남남, 군대에 가면 손님, 결혼을 하면 사돈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가운데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 된다는 표현에 적지 않은 부모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청소년을 가리키는 ‘adolescent’는 성장하다(to grow up), 성숙에 이르다(come to ma-turity)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인에 이르는 단계를 거쳐 가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컴퓨터게임 문제로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사춘기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모 자녀 간 관계 맺기를 시도하라고 권하고 싶다. 즉 금성 자녀와 통하는 화성 부모가 되라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디지털세대인 사춘기 자녀들을 심리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자신은 어떠한 부모였는지 점검해보는 것이다. 통제할 때는 엄격하되 포용할 때는 따뜻한, 자녀와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부모가 되자. 이러한 관계 맺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문을 잠그고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 “정말 내 배 속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컴퓨터가 뭐기에 우리 애가 한순간에 변해버렸는지 모르겠다”라는 푸념이 그냥 푸념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김효순 세종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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