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정책연대 파기’ 한국노총 후보들의 공약은 선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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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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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로 예정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가 묘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모든 후보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재개정(타임오프 재개정)’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그동안 노동계 안팎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순수한 의미의 정책연대가 아니라 지난 대선 직전 갑작스럽게 이뤄진 선거연대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말 당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작년 12월 10일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이 정책연대를 체결했고, 여러분이 전 지역을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으로 한국노총은 그동안 타임오프(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와 복수노조 도입의 고비 때마다 ‘정책연대 파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왔다. 그때마다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궐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은 놀란 토끼처럼 뛰쳐나와 정부와 한국노총 간 중재역할을 맡았다.

후보들이 건전하고 독립적인 노동운동을 위해 선거연대로 변질된 정책연대를 파기하겠다면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성보다는 선거용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당선을 위해 또다시 상투적인 전략을 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위원장은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선거인단 거의 대부분은 각 사업장에서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사람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유급노조 전임자를 축소한 타임오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타임오프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성향의 투표인단에게 타임오프 재개정은 가장 효과적인 공약일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실행하려면 ‘정책연대 파기’를 통해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더욱이 차기 위원장 임기 중인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도 민감했던 한나라당이 직접적인 사활이 걸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의 요구를 모른 척하기는 쉽지 않다.

각 후보는 저마다 출사표에서 “타임오프·복수노조 투쟁에서 현 집행부의 행태에 실망하고 좌절한 현장 동지들의 뜨거운 눈물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현장 동지’가 전체 조합원인지, 선거인단이 될 극소수의 노조 간부인지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타임오프가 그토록 일반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는 ‘악법’이라면 왜 지난해 수차례 공언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이 조합원 참여 저조로 단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을까.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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