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윤태]해경 3009함 대원들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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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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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은 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가. 군인, 해양경찰, 소방공무원의 일은 매우 위험하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들이 단지 ‘직업의 의무’를 수행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아니면 남을 도우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런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은 경제학과 사회과학을 지배하는 유력한 가설이다. 1990년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자신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단지 유전자의 명령에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살면서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짝짓기와 출산도 유전자를 전승하기 위한 행동이다. 유전자는 자신의 보존 외에는 관심이 없는 이기적인 존재이다.

만약 인간이 철저하게 이기적인 존재라면 왜 다른 사람을 도울까. 경북대 최정규 교수의 ‘이타적 인간의 출현’에 따르면 인간은 금전적 물질적 제약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이익만 고려해 행동하지만 때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한다. 또는 공평성과 형평성을 가치판단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아 인간 사이의 ‘강한 상호성’에 따라 행동한다. 이 경우 ‘물질적 금전적 유인보다 규범, 관습, 제도가 사람들의 행위를 이끄는 나침반’이 된다. 합리적 개인의 가설을 철석같이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은 싫어하겠지만 맞는 말이다.

한 사례가 있다. 26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해경 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15명의 생명을 구했다. 5m가 넘는 파도에 휩싸여 뒤집힌 화물선에서는 승객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재난 신고 40여 분 만에 목포 해경 3009함이 현장에 도착했다. 성난 파도는 대원들도 삼켜버릴 기세였다. 큰 파도가 쳐서 구조함의 엔진도 꺼졌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조금만 늦어도 화물선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했다. 누군가가 외쳤다. “빨리 뛰어내리라고 그래, 뛰어내려서 한 명씩 구조하라고.” 긴박한 상황에서 대원들의 신속한 구조작전으로 15분 만에 승객 모두를 구했다. 곧이어 뒤집어진 배는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려는 대원들의 사명감, 전문적 훈련, 강한 협동정신이 중요했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얼마 전 3009함 대원들은 포상금으로 연탄을 구입해 가난한 이웃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들은 금전적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돕는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목숨을 잃을 지 모를 재난 상황에서 용기를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성난 바다를 보면 공포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지금 3009함 대원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는 찬사가 이어진다. 맞는 말이다.

한국사회는 재난의 늪에 빠진 위험 사회였다. 고속성장 속에서 안전불감증이 확산돼 대형 참사를 초래하곤 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연평도 사태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위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3009함 대원의 목숨을 건 구조작업은 기쁨을 넘어 커다란 감동을 준다.

‘공감의 시대’를 쓴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대로 사회의 다양한 사람을 하나로 묶어 사회적 의식을 확대하고 공감적 감수성을 높이는 사건이었다. 열악한 처우에도 묵묵히 일하는 해양경찰, 소방공무원, 긴급구조요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차례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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