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승희]지역개발, 차별화가 생명이다

  • 동아일보

요즈음 공정사회(fair society)가 화두인 가운데 어느 때보다 지역 간 상생발전과 지방의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정사회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역상생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지역현장을 점검하고 지역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자기 고장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의 특화자원을 활용하여 향토산업을 육성하거나 관광루트를 새로 조성하고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만 의존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방의 시대를 맞이해 지역이 스스로 주도하는 분권적 지역개발 행정이 펼쳐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지역이 주도하여 관광명소를 만들거나 세계적인 축제와 지역브랜드를 만들어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례가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칸 영화제는 국가보다는 프랑스의 한 지역 차원에서 개최되는 행사인데도 천문학적인 파급효과로 해당 지역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례이다.

그러나 여러 지역이 유사한 사업을 벌이면서 무모하게 경쟁하는 상황, 레드오션 전략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다. 지역 간의 과도한 경쟁은 실속 없이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개발 현장을 점검하거나 지역발전사업을 평가하다 보면, 지역 여건에 부합하지 않거나 다른 지역과 차별성이 없는 사업을 남발하는 경우가 여전히 목격된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지역축제나 영화제를 개최해 빈축을 사는가 하면, 사업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시설물을 신축하여 별 성과도 없이 유지관리비만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입지요소를 갖추지 못한 지역이 입지수요를 파악하지도 않고 무리한 산업정책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지자체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지역 간의 상생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관행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지역이 활로를 찾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관행을 탈피한 새로운 방향의 지역개발, 블루오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 간의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지역의 현실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정책을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인식과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여러 지역을 두루 살펴보고 비교하면서 해당 지역의 차별화된 자원과 강점요소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의 특화발전과 상생발전이 중시되는 현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해당 지역의 대표 브랜드와 사업을 발굴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 지역마다 상이한 여건을 외면한 채 서로 유사한 전략을 추구하는 출혈 경쟁을 벌인다면 시너지 효과가 아닌 공멸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도로 건설이나 건물 신축과 같은 하드웨어적 성격의 사업보다는 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적 사업을 강조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후기산업사회, 지식경제사회에서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지격(地格)을 높이는 노력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 간의 연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각 지역이 보유한 강점과 단점을 상호 보완한다면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네트워크의 경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본 형성과 사회통합과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적실한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같이 한국이 직면한 미래의 위기요인에 대응하여 지역단위의 의료복지 확충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시책을 많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승희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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