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전교조, 학업성취도 평가 접근법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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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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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핀란드에 출장 갔을 때 교민 한 분께 “학교 한 곳을 방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무턱대고 부탁드렸다. 교육 당국이 소개하는 ‘보여주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꾸밈없는 학교 모습이 보고 싶었다.

결국 라토카르타논 종합학교에 가게 됐는데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학교 소개를 담당한 시크루 사가스 선생님은 “핀란드 학교에서는 거의 매주 학생들에게 쪽지 시험을 보도록 해 선생님들이 스스로 얼마나 ‘잘 가르치고 있는지’ 점검한다”며 “교사들이 모든 학생을 다 잘 가르칠 수는 없다.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지 않은가. 그런 학생들은 방과 후에 전문 교사가 일대일로 추가 지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문 교사만 방과후 수업을 책임지는 건 아니다. 사가스 선생님은 “학생이 ‘나는 꼭 우리 선생님하고 공부할래요’ 하는데 그걸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학생들은 자기가 모르는 걸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학교에 남아 원하는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침 일찍 공부하고 싶으니 ‘출근 좀 일찍 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도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건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 복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국제교류 담당 레이코 라우카넨 씨는 “어릴 때 교육에 투자해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인이 됐을 때 생활비 등을 지급하는 것보다 예산이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접근법은 아쉽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30일 전교조는 “상당수 학교가 일제고사 때문에 0교시 수업, 7∼8교시 보충수업, 문제풀이 아침자습 등을 해오고 있다”며 “교육적 가치와 학교 현실을 무시한 정책으로 학교의 파행 운영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물론 문제풀이가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교육적 가치’를 무시한 노력만으로 7.2%이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3.7%로 줄어드는 동안 전교조는 무엇을 한 걸까. 전수 조사 이전에 7.2%의 학력 부진 학생에 대해 학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한 걸까.

논평을 읽는 동안 사가스 선생님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학생들 모두가 가정교육을 잘 받고, 지적 이해력도 뛰어나다면 교사의 일은 훨씬 쉬울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사 일이 훨씬 중요하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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