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계순]탈북자 정착이 통일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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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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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지도자라면 누구나 통일 문제를 염두에 둔다. 최근 북한 사정을 들여다보면 북한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사회 통합, 즉 국민 간 결속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탈북자 2만 명 시대에 살고 있다. 탈북자를 속히 한국에 동화시켜 대한민국 국민인 데 대해 긍지를 가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자는 3년 전부터 하나원을 거쳐 사회에 나온 탈북 청소년의 대학 진학을 위한 멘터를 해왔다. 얼마 전 하나원에서 막 나온 18세 탈북 소녀가 쉼터를 운영하는 수녀에게 한 말을 전해 들었다. “우리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남한 사람들은 우리를 적대시하고 차별하지요?”

소녀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됐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여러 종교단체가 탈북자들의 한국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사회가 이들을 보는 시각은 전반적으로 대단히 부정적이다. 사회의 다수가 탈북자에게 “이념교육을 받아 절대 생각이 바뀔 수 없다. 북한이 한국사회를 교란할 목적으로 남파했을지 모른다” 등의 이유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필자가 “설사 이들이 이념으로 무장했다 해도 우리가 진심으로 대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겠나. 이들은 정말 배가 고파 남한을 찾아온 것이므로 사상과 전혀 상관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탈북자를 가까이 대하기 꺼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탈북자들은 자신이 탈북자임을 밝히기를 꺼리고 자기들끼리 모이게 된다.

아무리 한국이 주요 20개국(G20)의 하나로 의장국이 되고,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발돋움한다 해도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모든 성과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탈북자 대다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답게 잘살아보고 싶어 생명을 걸고 우리에게 온 이웃이다. 이들을 고통 받는 이웃으로 보지 않고 격리하고 싶어 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지 않는다면 이들은 한국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낙오자가 돼 사회의 불만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에서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 일반 국민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탈북자가 대한민국의 건전한 국민이 되도록 인도하는 일이 중요한 통일정책 중 하나가 돼야 한다.

탈북자는 한국어를 쓰지만 기층문화와 사고방식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사회에서 온 이방인이다. 이들이 한국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정착하게 하려면 우선 경제적인 압박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 적어도 3, 4년간 누군가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2009년 초 개성공단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공단 입주사 대표 등을 만나보았다. 북한주민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에 비해 기술 및 성실성 면에서 뛰어나다고 칭찬하는 말을 들었다. 국가나 대기업, 중소기업이 탈북자를 위한 공단을 설립해 우선적으로 이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바란다. 이들이 공단에서 일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연스럽게 탈북자와 남한 사람의 교류를 확대하고 서로 믿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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