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우열]이슈만 좇다 사법개혁의 길 잃은 사개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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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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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5일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민주당은 검찰 등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전담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카드를 다시 끄집어냈다. 공수처 문제가 또다시 법조계 제도 전반을 다루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로 넘어간 셈이다.

사개특위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당초 원내대표 시절 추진한 핵심 사안이었다. 그는 1월 “사법제도 개혁은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다. 일부 법관의 판결이 공정하지 않고 이념적, 편향적, 독선적이 되면 그 피해는 모두 우리 국민이 보게 된다”며 사개특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안 대표의 발언은 논란이 된 법원의 판결을 겨냥한 측면이 강했다. 법원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고, 시국선언에 서명한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무죄판결도 잇따라 판결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한나라당은 이런 판결 논란의 진원지로 법원 내 ‘우리법연구회’를 지목했다. 지난 정부 시절 급부상한 좌편향적인 판사와 이를 비호하는 정치세력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사개특위에선 이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그러나 4월 들어서 사개특위의 무게중심은 검찰 개혁으로 옮겨졌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이 터졌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온 민주당엔 호재였다. 당시 공수처 또는 상설특검제 설치 방안이 이슈로 떠올랐고 야당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뜨거운 이슈들이 사라지자 사개특위는 사실상 ‘공전’했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선거, 8월 휴가철, 10월 국정감사를 하는 동안 사개특위는 제대로 열린 적이 없다. 활동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긴 했지만 현재까지 잠정적으로 결론이 난 것은 △2017년부터 경력법관제 도입 △판사 검사 퇴직 후 1년간 관내에서 변호사 개업 금지 등 몇 가지에 불과하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자 사개특위 서랍에 묻혀 있던 검찰개혁 파일을 이번에 다시 끄집어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냄비처럼 달아오른 핫이슈에서 정치적 이익을 찾는 데 급급하다 보니까 정작 민생문제라고 한 사법개혁의 본질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한 사개특위 소속 의원은 “아무것도 진척되는 것 없이 1년 동안 ‘법원 개혁’ ‘검찰 개혁’ 목소리만 시계추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자조했다.

최우열 정치부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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