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욱]일회성 폭로용 國監고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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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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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험을 본 수험생이 좋은 성적을 얻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국정감사 준비를 부실하게 한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국민이 만족할 만한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일은 무리다. 올해도 국회의원들의 정파적 질책과 지역구 민원성 질의, 무례한 언행이 이어졌고, 피감기관 역시 면피성 답변, 부실자료 제출 등 소나기 피하기 행태가 여전했다. 특히 올해는 국감 시작 하루 전 민주당 전당대회가 있어서인지 국감현장에서 야당의 날카로움을 찾기 어려웠다. 정책수행이 잘못돼 국민이 피해를 보는 부분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기능-기간 등 근본적 개선 필요

국정감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통해 운영과 제도상의 개선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의 잘못된 회계지출, 제출 자료의 부실, 기관장의 피감 태도 등 지엽적인 사안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언론에 노출될 만한 사안을 확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공공기관 공직자 개인에 대한 상시적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은 감사원이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국정감사는 보다 상위의 수준에서 정부 정책과 대규모 사업의 방향성과 진척도, 대국민 영향 정도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 대신 국회는 감사원으로부터 세부 사업과 직무감찰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는 방식으로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감 기간이 20일인데 토·일요일을 빼고 나면 14, 15일 정도다. 피감기관은 지난해 467곳, 올해 481곳으로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피감기관을 충실하게 살펴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또 정기국회 기간에는 국감 외에도 예산심의와 주요 입법 사항이 산적해 있어 국회의원이 국감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기 어렵다. 예산, 인력, 정책적 중요도가 크지 않은 정부소속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피감 대상에서 제외하고 주요 중앙행정기관을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것이 적절하다. 부족한 국감 기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국회 내외의 전문가가 참여해 주요 감사 사안을 발굴하는 예비감사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회의원 한 명이 요구하는 자료가 엄청나 행정부가 자료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통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국회의원 간 요구 자료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우도 많고 매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자료도 부지기수다. 국회 정보시스템을 통해 온라인 제출을 허용하고, 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며, 중복되거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자료는 기존 자료를 재활용해 행정부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지적사항 책임 물을 장치도 미비

넷째,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나 지적사항에 대한 사후처리에는 무관심하다.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모두 국감 기간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 행태로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에도 제기된 공무원연금공단의 복리후생비 과다지급, 퇴직급여와 수당의 부당지급 등 여러 지적사항이 올해도 시정되지 않아 다시 국감에서 지적됐다. 지적받은 사항에 대한 시정조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 증인 출석 요구가 과도하고 심지어 의원들의 과시적 욕구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에 대한 증인 출석은 국회 스스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감사에 필요한 증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불참하는 경우에는 여야를 떠나 국회가 검찰 고발을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고 출석을 강제하는 제도 개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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