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尹재정도 깜짝 놀란 유럽의 ‘G20 의장국 예우’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10-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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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도 피곤해 보였다. 4일 연속 방문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경제계 인사를 만나고 밤에는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으니 최근 64세 생일을 맞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녹록지 않은 일정이었을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의제 조율을 위해 23일 들른 프랑스는 러시아 독일에 이은 세 번째 방문국. 그런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가 “유럽지역의 한국 위상이 어떤가”라고 물었더니 표정이 확 달라졌다.

윤 장관은 “오늘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을 만나러 가는데 청사 입구의 국기게양대에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번갈아 6개씩 12개가 게양돼 있더라”며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걸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순방 과정에서 각국 경제수장과 중앙은행 총재와의 회동 일정은 우리 스케줄에 100% 맞춰졌다.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공무원 생활 오래했지만 요즘처럼 신나고 보람이 큰 적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방문단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악셀 베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윤 장관 일행을 청사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회동 후에도 차가 떠날 때까지 직접 배웅했다”고 귀띔했다. 베를린에서는 볼프강 쇼이블레 장관이 먼저 윤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자고 요청했다는 것. 윤 장관은 “세계경제 흐름의 방점을 재정건전화에 두는 유럽과 다시 경기부양에 나서려는 미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각국이 의장국인 한국의 태도에 신경을 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런 위상은 끊임없이 정부를 채찍질하고 격려하는 국민과 세계 속의 브랜드로 우뚝 선 대기업, 경제 살리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정부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한국이 가교 역할을 잘한 것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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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은 호텔에서 짐을 제대로 푼 적이 없다고 한다.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밤에는 기차나 비행기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1국, 24시간 체류’ 일정 때문. 추석 송편은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이 준비를 해줘 베를린행 기차 안에서 먹었다.

‘너무 우쭐해진 것 아닌가’ 하는 기자의 직업정신에 따른 ‘삐딱한’ 생각이 들 무렵 윤 장관이 한마디 던졌다. “이제는 한국이 눈앞의 짧은 이익만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키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국가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종훈 파리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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