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재진]남북관계, 北내부단속에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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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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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임기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북한은 비핵·개방·3000 구상과 대통령을 격렬히 비방하더니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일으키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급기야 천안함 사건까지 일으켰다. 지난 정부 10년간에 비해 남북관계는 매우 경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긍정과 비판으로 양분되어 있다. 양극적 평가는 이명박 정부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퍼주면서 북한에 끌려다니고 결국은 핵개발의 뒷돈을 댔다고 국민이 분노했다. 대북정책은 남남갈등의 최전선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이처럼 첨예하며 모든 정권에서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 축은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였으나 1980년대 말 직선제 개헌 이후에는 지역과 노사문제로 옮아갔다. 지역갈등은 1960년대 이후 개발시대에서 노사갈등이 선거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현상을 억누르는 기능을 하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그런데 1980년대 말 민주화의 열풍이 노동계로 번지면서 노사갈등은 한국 정치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역갈등과 노사갈등이 교차하는 지점이 통일문제, 대북문제이다. 북한이라는 지역과 지역적 연대를 추구하거나 북한체제의 노동계급 우선 노선과 이념적 연대를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지형은 남남갈등의 근원이 되었다. 남남갈등을 강화시킨 또 하나의 변수는 북한 대남정책의 이중성이다. 북한 내부 사정으로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속도조절을 하면서도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은 남한에 떠넘기는 통일전선전술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은 잘못된 대북정책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다고 본다.

실제로는 북핵문제와 북한 내부요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더 많다. 즉, 남북관계 경색원인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교체 때문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 말기에 시행한 북한 핵실험에 크게 기인한다. 북핵문제가 대북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한 때문에 비핵·개방·3000 구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경색의 진짜 원인은 북한의 남북관계 속도조절 전략에 크게 기인한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의 대남관계 단절은 내부 체제 단속을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십수 년 동안 북한 사회주의체제가 많이 허물어졌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시장요소가 확산되었고 주민의 사상의식이 크게 변질되었다. 개성공단 노동자를 자본주의 광고판과 같다고 할 정도이다.

시장의 허용과 통제를 둘러싸고 내각과 당이 권력투쟁을 벌인 것도 대남관계 단절에 합세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2008년 2월은 북한에서 박봉주 내각총리를 실각시키고 시장통제가 극성을 부리던 시점이다. 2009년 11월의 화폐개혁에 이르기까지 당의 강경파가 내각의 시장세력을 누르고 경제권력을 회복하던 상황이 전개되었다. 북한 내부 상황이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이유이다.

북한의 내부요인으로 인한 남북대화의 기피, 핵개발 우선 추진이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이 되었고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정치 사회적 지형에 기인한 갈등구조는 더욱 증폭됐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갈등이 양극화된 원인이다. 통일에 대한 미래비전을 가지고 남남갈등을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의 지혜를 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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