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엉터리 재무제표에 ‘까막눈 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업체 네오세미테크에 대해 다음 달 3일 상장을 폐지하기로 그제 확정했다. 이 회사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상장 폐지에 따라 1인 평균 3500만 원을 투자한 소액투자자 7287명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이들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정리매매 기간에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팔거나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태양광 장비업체인 이 회사가 작년 6월 코스닥 상장기업 모노솔라와 합병하고 그해 10월 우회상장한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증권사기 드라마’와 다름없었다. 기업 대표는 적자에 부채로 허덕이는 회사를 녹색산업 분야의 유망회사인 것처럼 꾸몄다. 재무책임자는 재무 데이터를 허위 숫자로 채웠고 감사를 하는 인덕회계법인은 이를 눈감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허위 결산서류를 본 뒤 심사 없이 우회상장을 허용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 제품을 ‘2009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했다. 산업은행은 우수기업 인증을 내줬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주식을 샀다. 엉터리 재무제표는 새로 회계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이 재무제표에 이상이 있다면서 ‘의견거절’ 의견을 내기 전까지 한국 어디에서나 통했다.

이번 사태로 증시 감시망의 구멍이 곳곳에 드러났다. 현 제도에서 우회상장을 하는 기업은 회계장부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며 거래소의 실질심사도 받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감독하는 상장기업의 회계감사와는 달리 비상장기업의 회계감사는 공인회계사회가 느슨하게 감리할 가능성이 있다. 분식회계가 장기간 이뤄진 것은 이 때문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올해 초 중국 업체와 무려 2300억 원 규모의 거래 계약을 했다고 공시했지만 수사권이 없는 금감원이나 거래소는 이를 검증할 수 없었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이번 일이 터진 뒤에야 우회상장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사태를 방치한 책임은 누가 진다는 것인지에 대해 당국은 아무 말이 없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분식회계 사건이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상장기업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끼리만 아는 재무보고서를 개인투자자도 쉽게 읽고 투자에 참고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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