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순권]일본 경제의 추락에서 배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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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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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다. 일본 경제의 위상 하락은 경제극일과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이 적지 않다.

먼저, 일본 경제가 3위로 추락한 것은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 탓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장기불황에 빠졌으며 여기에는 정책실패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과도한 금융완화가 거품을 발생시켰고 성급한 금융긴축이 거품을 붕괴시켜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거시경제정책의 안정적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부동산 거품이나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거품을 초래할 수 있는 저금리의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

정책 실패-구조개혁 미흡의 결과

둘째, 일본 정부는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정책 및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재정건전성 악화와 과도한 국가부채비율은 재정의 경기대응 능력을 약화시켜 일본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약화시키고 있다. 한국 역시 위기극복 과정에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빨리 개선하고 인기 영합성 재정지출은 자제해야 한다. 또 인위적 경기부양보다는 시장 기능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여 민간부문의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경기회복의 관건임을 시사한다.

셋째, 일본 경제는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 부문에서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의 강력한 도전에 밀리는 데다 제조업이 자동차 전기 기계 등 일부 업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수출 주력 업종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전문화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내수, 수출부문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와 선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넷째, 한국의 대기업들은 일본 기업이 부러워할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신흥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시장 개척에 우위를 보이고 있어 다행스러우나 비즈니스 수익모델 창출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은 부품·소재 중소 중견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으나 미국의 인텔, 애플처럼 부품·소재를 사용한 고수익 상품을 개발하여 파는 비즈니스 구상능력이 강한 대기업이 없다. 대일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인 부품·소재산업의 육성뿐 아니라 인텔, 애플 등과 경쟁하기 위한 비즈니스 구상능력 향상이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과제다.

다섯째,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강력히 시행하여 나중에 재정부담이 더 가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도 경제시스템 선진화 시급

결국 일본 경제의 침체는 글로벌화와 국제분업 환경 급변 및 인구 고령화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경제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일본은 1980년대 엔고(高) 시기에는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경쟁력을 높여 경제적 위상이 강화됐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불황 탈출에 급급해 엔화약세와 기존 제조업에 의존하며 제조업의 전문화와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화구조 선진화를 소홀히 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역대 총리들이 상당한 노력을 했지만 개혁이 ‘그랜드 디자인’ 없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방향이 모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본 경제의 위상 하락은 제조업 의존 및 수출 주도형 전략을 추구해온 우리에게 갈 길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빠른 위기극복에 자만하지 말고 저성장의 늪에 빠지기 전에 성장잠재력 확충, 산업구조 고도화 및 경제시스템 선진화에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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