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영식]벌써 6자회담 운운? 천안함 46용사에게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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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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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사건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 채택된 뒤 북한이 즉각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나서자 국내에서는 벌써부터 6자회담 재개는 물론이고 남북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미국의 태도도 변할지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는 근거에서다.

이에 정부 당국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에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담은 문서다. 북한이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의 빛을 보인 것이 아닌데도 피해자인 한국에서 이런 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갑작스러운 기류는 왜 생긴 걸까. 피차 다 아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외면한 채 정치적 해석만 난무하는 현실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도 실상은 북한의 소행임을 알면서도 정권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이유로 믿기 싫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상당수일 것이다. 사건 발생 직후 북한의 소행임을 못 믿겠다던 한 야당 인사는 어뢰추진체 등 증거가 발견된 뒤에는 정부의 국방 대비 태세에 문제가 있다고 초점을 돌리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안보리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는 게 문안 협상에 참여했던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의장성명이 나온 직후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살인범은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면 좋아하지만 무죄인 사람은 집행유예에도 거품을 물고 부정한다”며 “범죄심리학적으로 볼 때 북한은 천안함 도발을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기 위한 6자회담은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6자회담에 나와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듯이 ‘(북한이) 배를 침몰시키고도 새로운 외교적 존중을 얻어내는’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줘선 안 된다. 천안함 도발을 시인하지 않는 북한이 핵개발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확인한 뒤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 7년간 공허한 약속만 되풀이된 6자회담의 교훈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서해 바다에 잠든 천안함 46용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김영식 정치부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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