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 역사적 책임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세종시 수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져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전체 국회의원 291명 중 275명이 출석한 가운데 105명이 찬성, 164명이 반대, 6명이 기권했다. 한나라당에서는 102명이 찬성, 50명이 반대했다. 한나라당 반대 의원에는 친박(친박근혜)계 42명 외에도 친이(친이명박)계 1명과 중립계 7명도 포함됐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사를 앞에 두고 여당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드러내 실망이 크다. 결국 지난 10개월간 논란을 거듭한 세종시 수정안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찬반(贊反) 의원의 명단과 함께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우리는 수정안을 부결시킨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간 여러 차례 지적한 대로 행정부처 분할을 골자로 한 세종시 원안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세종시 수정안을 사장(死藏)시킨 국회의 선택 또한 잘못됐다고 본다. 수정안 반대에 이름을 남긴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세종시 원안 추진의 결과에 대해 무거운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총리실과 경제부처 등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원안은 지역주의에 기대어 충청권 표를 노린 정략(政略)의 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서 출발해 법적, 정치적 우여곡절을 거쳐 행정부처 분할로 외피(外皮)만 바꾼 것이 바로 원안이다. 명분이 뭐든 사실상의 수도(首都) 분할에 따른 국가적 손실과 비능률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행정부처 중심의 원안은 기업·과학도시 중심의 수정안보다 나쁜 선택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선거 때마다 충청권을 이용하는 정치권의 지역주의 장사도 이제 청산될 때가 됐다.

미국의 1개 주(州), 중국의 1개 성(省)보다 작은 국토에서 대통령이 있는 수도와 총리가 있는 행정도시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비능률의 표본이다.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전례가 없다. 장관들이 국회와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서울사무소에 머무르는 날이 많을 것이고, 세종시 본부의 장관실은 비어 있다시피 할 것이다. 이제 어차피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행정부처 분할에 따른 혼란과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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