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신재원]우주에선 누구나 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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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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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시작된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마지막 두 번의 비행을 남겨놓았다. 두 번의 사고가 있었지만 5월까지 우주를 132번 다녀온 왕복선은 우주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허블 천체망원경을 운반하고 우주정거장을 완공하는 데 공헌을 했다. 1년에도 수차례 발사되는 우주왕복선을 20년 넘게 보아 온 미국인은 왕복선 발사를 민간 항공사의 비행기 이륙처럼 평상적인 일로 생각하는 듯하다.

몇 해 전 미국 학생을 대상으로 알아보니 1969년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의 이름은 거의 모두 알았지만 최근 우주를 갔다 온 인물의 이름을 아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조사결과를 분석한 사람들은 우주왕복선이 너무 자주, 너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니 국민이 당연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은 인류 과학기술의 집대성으로 엄청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한 최첨단 과학기술 프로그램이다.

발사할 때 왕복선과 보조 로켓을 합한 무게는 2000t, 추진력은 700만 파운드이다. 주황색 외부 탱크는 높이가 15층 건물에 버금간다. 부품은 250만 개가 넘으며 2만4000개 이상의 단열 타일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일찍부터 다진 항공 기초연구의 토대가 중요한 기여를 했다.

대표적인 예로 X-15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1960년대 초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공군과 함께 음속의 6배 이상 속도를 내고 지상으로부터 100km를 넘는 고도까지 비행할 수 있는 로켓으로 추진되는 실험 비행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필자는 당시 실험 비행사였던 암스트롱 등을 여러 차례 만나서 무용담(?)을 들었는데 X-15프로그램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전초전 역할을 잘 감당했다고 생각했다.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재료, 초음속 비행에 필요한 통제롤 기술, 고도 100km 이상으로부터 지상의 손바닥만 한 활주로에 착륙해야 하는 비행물체의 에너지 관리 등의 연구가 있었기에 훗날 우주왕복선이 대기권을 지나며 케네디 우주센터의 활주로에 무사히 귀환할 기술개발이 가능했다. 달에 첫 발을 디뎠던 암스트롱이 X-15의 실험 비행사였던 점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1년에 18조 원 이상의 돈을 항공 연구와 우주기술 개발에 쓸까? 많은 미국인은 미국이 탐험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산업이 창출하는 신기술과 경제 파급 효과,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한 이유로 자주 거론된다.

필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왕복선이 5월 14일 발사되어 5월 26일 무사히 돌아오자 러시아의 고위 공직자가 축하연설을 했다. 그는 소련 정권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미국을 상대로 첩보 작전을 지휘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미 해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우주인은 지난날 서로 총을 겨누던 미국과 소련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이제는 우주정거장에서 같이 일한다고 말했다. 우주 탐험과 기술개발을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할 때 생기는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워싱턴 본부로 옮기기 전 15년 동안 일했던 NASA의 글렌 연구센터 정문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For the Benefit of All Humankind.’ 항공연구와 우주기술 개발이 모든 인류의 복지와 번영을 위해서라는 점을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상기하게 만드는 글귀였다. 대한민국이 인류의 복지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항공 우주 기술을 개발하며 세계무대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나로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기를 기원한다.

신재원 NASA 항공연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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