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성차별’에 발목잡힌 여성 금연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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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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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올해의 주제는 ‘여성과 흡연’.

국내에서도 여성 흡연과 관련된 여러 지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여성흡연율은 2001년 5.2%, 2005년 5.7%, 2007년 5.3% 수준이었지만 2008년 7.4%로 높아졌다. 특히 19∼24세의 젊은 여성 흡연율은 12.7%로 10년 동안 2.5배나 상승했다.

아직까지는 남성이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19.1세로 여성(26.6세)보다 낮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여성의 첫 흡연 연령은 2.7세가 낮아졌다. 남성(1.7세)보다 빠른 속도로 흡연 연령이 낮아지는 것.

이런 분위기에 담배 회사들이 편승하고 있다. 담배 회사들은 여성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영자 연세대 연세건강코칭센터 부단장은 “담배회사들이 능력 있는 여성, 날씬한 여성 이미지를 전면에 내거는 것도 여성 흡연율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담배 회사는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금연 캠페인의 대상은 주로 남성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여성 금연 대책이라고 해 봐야 최근 여성 1000명에게 금연보조키트를 배포하며 전화로 금연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 게 전부다. 복지부도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금연 캠페인이 성차별적이란 비판이 나올까 봐 조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여성잡지에 담배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여성계의 비판을 받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 법안의 성차별적 요소를 분석한 ‘여의도에서 젠더 찾기’ 보고서에서 “남녀 모두에게 해로운데도 여성 잡지에만 금지한다는 발상에는 성적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성 흡연을 방치하는 게 오히려 성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대진 가톨릭대 정신과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니코틴 대사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같은 개수의 담배를 피워도 중독 될 확률은 높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와 고독감, 우울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남성보다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흡연에 대한 의존도도 여성이 높다. 타인의 시선을 피해 담배를 몰아 피우는 것도 니코틴 중독을 부추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산모마저 흡연율이 3%에 달한다는 통계는 여성의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며 “이런 점만 봐도 여성의 흡연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정책이 성차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사회에 남아있는 성차별 요소는 모두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금연 정책에 관한 한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여성 스스로가 자신을 보호하는 진정한 방법이 아닐까.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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