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교육정책 깜깜한 후보, 선택 막막한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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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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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교육감은 누구를 뽑아야 해요? 도통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출근길에 만난 한 이웃 주민이 물었다. 교육 담당인 기자가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교육 기자니 잘 알지 않느냐’는데 그때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럽다. 교육의원까지 물어보면 더욱 난감해진다. 교육감이 지역의 ‘교육행정수반’이라면 교육의원은 교육감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교육 국회의원’인데….

기자도 뚜렷하게 후보와 정책이 떠오르지 않는데 유권자들은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동아일보는 교육감 후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의 후보 77명 모두에게 △교장 공모제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교원평가제 인사·보수 연계 △시도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교원 소속 단체 명단 공개 등 다섯 가지 현안과 복지예산 사용에 대한 정책의견을 물었다.

▶ 본보 24일자 A6면 참조
교원명단 공개 찬반 팽팽… “공립고 평준화 틀 유지” 26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유권자들이 느끼는 답답함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교육감 후보들의 응답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눈길을 끌 만한 그 후보만의 교육 정책은 없었다. 유력한 후보의 공약을 베끼거나 보수-진보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정책 일색이었다.

일부는 교육 현안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뜨거운 감자’인 교장 공모제만 해도 ‘내부형’을 ‘초빙형’으로 오인한 후보도 있었다. 내부형은 일정 경력을 지닌 교사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초빙형은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완전히 다르다. 어떤 후보는 기자의 추가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부랴부랴 답변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의 한 후보는 무상급식에 대한 공감대를 표시하면서도 정작 복지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급식을 가장 낮은 순위로 꼽았다. 정책이 아니라 경쟁자(김상곤 후보)와의 차별화가 먼저였다.

투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는 아직도 ‘로또식 선거’나 ‘이념 선거’의 딱지를 못 떼고 있다. 정책대결은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교육감 직선제 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을 정치와 분리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당을 밝힐 수 없게 되자 후보들이 자신을 부각하려고 색깔이나 기재순위에 목을 매는 부작용이 커진다는 것이다.

후보들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데 유권자들이 몰라준다’고 푸념한다.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말이다. ‘깜깜이 제도’도 문제지만 유권자가 등을 돌리게 한 최종 책임은 역시 후보들에게 있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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