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골라 가는 전문高, 청년 백수 양산하는 대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3일 03시 00분


4월 취업자 수가 5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고 실업률은 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3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었던 실업자 수도 90만 명대로 감소했다.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타면서 민간 기업들의 구인(求人)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이 크게 늘고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살아나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고 있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실업자가 줄고 있다. 고용시장에 이처럼 봄이 왔는데 대졸자들만 아직도 한겨울이다. 30대 이상 실업자는 줄어든 데 비해 20대 실업자 수는 1만1000명이 늘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도 1년 전에 비해 1.8% 줄었다.

같은 청년층이라도 학력별 차이가 크다. 고졸 이하에서는 실업자가 줄어든 반면 대졸 실업자는 늘어났다. 기업들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생산과 투자를 늘리면서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전문계 고등학교(전문고) 졸업생들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전문고 졸업 예정자들은 여러 기업에서 동시에 취업 요청을 받아 놓고 취직할 기업을 고르는 형편이다. 기업들은 기능직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예년보다 일찍 입도선매(立稻先賣) 식으로 구인을 하고 있으나 필요한 만큼 충원을 못하는 실정이다. 전국 500여 개 공업 상업 등 전문고 3학년 재학생은 16만여 명에 이르지만 80%에 이르는 대학 진학률을 감안하면 취업이 가능한 학생은 3만∼4만 명에 불과하다.

반면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졸자가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해 수십 군데에 입사원서를 내도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기 일쑤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 2018년까지 전문대와 대학 졸업자 중에서 매년 4만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6년 이후에는 대학에 입학할 학생도 부족해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문고 졸업자들이 취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는 유인책과 전문고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전문고를 졸업하고 3년 이상 산업체에 근무하면 대학 지원자격을 주는 특별전형도 국립대로 확대 실시한다. 하지만 80%에 이르는 전문고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청년 백수를 양산하는 부실 대학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지난 5년 동안 20개 국공립대가 10개로 합쳐 정원을 9000여 명 줄였다고 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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