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기 소르망]중국 손바닥 위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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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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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적 성공, 독재체제에서 민주체제로의 원만한 이행, 그 문화의 생동성은 전 세계에서 평가받고 있지만 동시에 인접국의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북 접경 해상에서의 한국 군함의 침몰은 단순한 군사적 사건을 넘어 이런 넓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적들은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여전히 시기심 많고 위험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인접국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北 변화는 中 민주화에 달려

우선 인접국인 일본이 한국을 직접 위협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쇠퇴하는 일본의 지도자와 국민에게 한국의 국력 상승이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다. 일본 지도자들은 겉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지만 내심으로는 분단된 한국에 만족한다. 한반도가 분단돼 있는 한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일본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더 잘 이해하고 함께 행동해야 할 두 나라의 이런 관계는 분명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 서울이나 도쿄에서 나올 통 큰 제안이 1960년대 독일과 프랑스처럼 화해로 이어지길 바란다.

다음은 북한. 말할 것도 없이 한반도의 통일이나 한국의 국제적 부상에 주된 위협은 북한에서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허구의 위협’이 아닐까. 나의 가설은 북한은 ‘베이징에 의해 조작되는 괴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청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평양은 어떤 중요한 결정도 내릴 수 없다. 때때로 중국은 평양이 저지른 일에 짜증을 내는 척, 혹은 놀란 척하기도 한다. 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는다면 북한은 실제로나 지정학적으로나 암흑 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북한은 사실상 중국의 속국이다. 오늘날 중국의 지도자들은 북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 종주권을 거론한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코앞에 있는 강력한 하나의 한국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은 중국 외교가 서방에 역사적인 설욕전을 펼치게 해주는 무대이자 카드다. 오늘날 미국 외교관이 한반도의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 베이징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런 외교 게임의 한가운데 있다는 희열을 감추지 않는다.

북한이 베이징의 카드라면 이는 남북관계가 서울과 평양의 직접 협상에 의해 개선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햇볕정책, 또는 인도적 지원은 아마도 (정말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난한 북한 주민을 위한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그로부터 평양 정권의 유화적 태도나 평화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모든 것은 베이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것이 결정되는 곳은 베이징이다.

결정적 사건 이끈 건 내부 모순

어떻게 중국 공산당이 사실상 북한의 속국화(屬國化)를 그만두게 만들 것인가. 외부에서는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러시아나 동유럽 공산체제의 몰락을 참고한다면 이런 정권이 무너진 것은 내부로부터다. 중국이 좀 더 민주적이 될 때만 북한은 변할 수 있다. 언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인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이 러시아인들에게 그들의 기술적 낙후성을 드러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길을 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날만 해도 아무도 그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정권의 내적 모순에서 발생하는 중국과 북한 내부의 사건을 한국과 서방국은 신중하게 기다릴 수 있다. 신중은 큰 정치적 용기를 요구한다. 이 순간 한국 정부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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