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北-中불화만 키운 김정일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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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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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몇 가지 측면에서 기대를 가질 만했다. 우선 중국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북한 최고지도자가 마땅히 성의를 표시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예를 들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북한은 새로운 대책과 방법이 마땅히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김 위원장이 현재 북한의 국내 사정, 특히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이양과 후계자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이 북한 최고지도자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말이다.

나아가 현재 천안함 침몰 사건의 조사라는 창끝이 북한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 문제의 진실을 중국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가진 기대는 대부분 정치적 문제였고 경제적 문제는 아니었다.

베이징(北京)의 중국 지도자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에 대해 상당히 실망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베이징은 주로 정치적 문제를 기대하고 있을 때 김 위원장은 경제 문제에만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양국 관영 언론매체들의 보도내용으로 볼 때 베이징과 평양은 서로 다른 기대와 희망이 있었고,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불화(不和) 요소만 키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의 보도는 북한에 대한 중국 지도자들의 절박한 정치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양국 고위층 상호왕래 지속 △내정 및 외교,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 강화 △경제·무역 협력 심화 △문화 교육 인적 교류 확대 △국제 및 지역 현안 협력강화 등 5개항을 건의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경제의 업적을 칭찬하는 의례적인 말 외에 “양국의 윗세대 지도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친히 일궈낸 조-중의 전통적 우의는 시대의 혹독한 시련을 겪었으며 시대의 변천이나 세대교체라는 이유로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목적은 북한의 권력 승계에도 양국 관계가 발전하도록 중국을 설득하려는 데 있다.

중국이 알고 싶어 하는 문제에 대해 건설적 답변은 거의 없는 듯하다. 6자회담 문제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자”고 말했고 이는 2009년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밝힌 것과 거의 일치한다.

불명확한 점은 후 주석이 제안한 5개항 건의 가운데 ‘경제 무역 협력 심화’와 나머지 4개항 건의가 어떤 관계냐는 것이다. 이 건의는 다른 4개항 건의가 이행돼야만 실행이 가능한 후속조치일 수도 있다.

중국 외교는 최근 10년 동안 종종 ‘경제 지렛대’와 ‘경제 카드’를 잘 활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만 이런 카드가 성공하지 못했다. 후 주석의 5개항 건의는 중국이 북한정책에서 경제적 지렛대를 더 두드러지도록 강화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전통적인 북한 원조의 패턴을 유지하면서 단기간에 북한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현재 평양은 훨씬 고립돼 있고 중국 투자를 대규모 유치해 ‘강성대국’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한다. 중국이 경제카드를 크게 쓸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다만 북한이 대내외 정책 모두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평양을 신뢰해 먼저 대규모로 경제투자를 하기는 아주 어려울 것이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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