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프랭크 리치]선거판 흔드는 티파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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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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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실시된 선거를 보면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늘 선거전문가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18일 실시된 예비경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펜실베이니아 주 민주당 상원 예비경선에서 현역 의원인 알린 스펙터 의원이 진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같은 날 실시된 펜실베이니아 주 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승리한 것도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하지만 지난주 실시된 선거 중에 진짜 의미가 있는 것은 켄터키 주 공화당 상원 예비선거에서 랜드 폴 후보가 24%포인트 차로 승리한 것이다. 이른바 ‘랜드슬라이드(Randslide)’(후보 이름인 ‘Rand’와 대승이라는 뜻의 ‘landslide’를 합성한 단어)는 티파티(Tea Party)가 주요 선거에서 거둔 첫 성과이다.

폴 후보는 티파티를 설립한 주역이다. 티파티는 이제 막 시작된 정치적 운동이거나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조직이 아니다. 정당을 초월해 건강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운동도 아니다. 티파티는 뚜렷한 정치적 이념을 갖고, 공화당의 백인 고령층을 기반으로 하는 우파 성향의 포퓰리즘 운동이다.

폴 후보는 직설적이고 강경한 성향이며 반정부적이다. 그는 농업보조금을 포함해 연방정부가 주(州)에 자금을 분배하는 것을 전면 중단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교육부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연방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세금을 쏟아 붓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과 통한다. 티파티는 네오콘(신보수주의)이 공화당을 장악한 것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인종차별 금지가 주요 내용)에 전적으로 찬성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예비경선에서는 하버드대 출신에 은행가의 아들인 상대 후보가 “저택에 앉아 서민들을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티파티의 탄생 및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폴 후보의 이런 포퓰리즘 성향이다. 이는 공화당 내부는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을 흔들 수 있는 힘이다.

티파티는 미국 전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힘이 빠져 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기편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일자리 창출보다는 월가를 살리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는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 개혁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실업자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이는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티파티가 급진적이고, 회원이 그리 많지 않으며, 인종차별과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열정적인 반대자들과 싸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티파티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답을 민주당이 내놓지 못한다면 ‘Randslide’라는 단어가 미국의 정치 사전에 오랫동안 남게 될 것이다.

프랭크 리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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