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한국이 더 흥분하길 바라는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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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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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함수 부분이 드디어 인양됐다. 현재 한국 국민의 이목은 온통 천안함 침몰의 원인 규명에 집중돼 있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에 대해 논하는 것은 주저되지만 비교적 냉정한 시각에서 제3자가 생각하는 바를 한국인에게 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천안함 침몰 사건을 접했을 때 북한 소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뇌리를 스쳤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사건, 19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 등이 연상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과연 해상의 함정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는 작전을, 그것도 은밀하게 실행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의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설령 북한 잠수정이 천안함을 숨어서 기다리다 특수어뢰를 발사했다고 해도 그것을 한 발에 명중시키고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채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은 좀체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보다는 물에 떠다니는 기뢰와의 접촉, 암초에 의한 좌초, 함내 사고 등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북한 범행설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청와대 기습, 푸에블로호 나포, 아웅산 테러 등으로 이어져 온 북한의 군사 도발이나 테러가 KAL기 폭파사건을 끝으로 20년 넘게 잠잠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기간에 북한 잠수정이 남한 연안에서 좌초한 사건 등이 있었지만 심각한 군사도발이나 테러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이번 사건이 만약 북한의 범행이라면 남북관계의 역사는 20년 이상 되돌아가는 셈이다.

그러나 천안함의 함미 부분이 인양되고 조사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좌초나 함내 사고의 가능성은 부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가 우선돼야 하겠지만 만약 북한의 범행으로 판명되면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많은 전문가의 지적처럼 침몰 원인이 물리적인 확고한 증거에 의해 북한 범행으로 증명됐을 경우와 그렇지 않고 막연한 추측에 의해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경우는 크게 다르다. 후자의 경우 국제사회는 그 결론에 납득하지 않을 수 있고 국제적 공동행동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소, 테러지원국가 재지정, 개성공단 폐쇄 등 대응조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미 아웅산 테러사건에서 증명됐듯 군사보복은 불가능하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불가능했던 것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한층 더 심각해진 도발행동을 경계해가며 비군사적 제재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도 언젠가는 재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이 냉정하고 억제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강경한 행동을 취하면 북한은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해 한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끊으려 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현재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한국이 계속 반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범행의도를 어떻게 해석할지인데 현재까지 징후로 볼 때 아직은 북한이 전면 도전을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두 번씩이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음에도 한미가 6자회담 재개를 우선하면서 평화협정 교섭에는 응하지 않으려고 하는 데 대해 북한은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천안함 사건은 이에 대한 북한의 보복행위일지도 모른다. 의도가 무엇이든 현재 북한 지도부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한국이 냉정한 자세를 잃는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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