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안함 ‘국제공조’ 앞서 ‘독자적 對北제재’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정부가 천안함 폭침을 응징하기 위해 북한 특권층의 금고를 채워주는 남북 경제교류의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필요한 조치다. 초계함이 두 동강 나고 46명의 장병이 희생됐는데도 국제사회의 제재에만 의존하려 한다면 실효(實效)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권국가 자격도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이 도발을 해도 오히려 퍼주며 달래기에 바빴다. 이는 김정일 일가와 군·당·정(軍·黨·政)의 특권집단만 도왔을 뿐, 2400만 북한 주민 가운데 대다수의 삶에는 보탬이 되지 않았다. 북한 특권집단은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강화를 위해 남쪽이 퍼준 돈으로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공포정치로 주민들을 짓밟는다. 이른바 외화벌이도 이들 특권층이 대를 이어가며 나눠먹는 구조다.

북한 특권집단은 체제유지와 대남(對南)도발을 위한 비자금을 따로 쌓아놓고 있다. 그 자금줄 차단은 대북(對北)제재 수단으로 효과가 크다.

우리가 북한의 모래를 사오는 것은 북 군부에 현금을 보태주는 대표적 이적(利敵)사업이다. 2006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현 지식경제부 장관)이 “2004년부터 북한에 지급한 모래대금 4200만 달러 전액이 북한 인민무력부로 갔다”고 폭로했다. 이명박 정부는 작년 4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산 모래 반입을 중단했다가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올 2월 부분적으로 재개를 허용했다. 반입 기준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북한 군부로 직행하는 현금 흐름을 차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의 유력 용의자에게 거금을 대주는 모래 반입은 즉각 중단해야 옳다.

중국 주요 도시에 있는 70여 개의 북한 술집과 음식점 및 상점도 북한 특권층의 외화벌이 창구다. 김정일의 친인척을 비롯한 고위층과 연계된 사람들이 이곳에서 돈벌이를 한다. 고객의 80∼90%가 한국관광객과 교민이다. 이런 곳에 찾아가 흥청망청 놀며 돈 자랑 하듯 푹푹 집어주면 그만큼 북한 집권세력의 결속과 호전적 행동을 돕게 된다. 우리가 제3국내 북한 식당에 발길을 끊으면 김정일을 떠받치는 특권층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 밖에도 대다수 북한 주민의 고통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김정일 정권과 특권층에게만 단물이 돌아가는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은 샅샅이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북한이 끊임없이 남한을 괴롭히는 현장인 개성공단도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은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우리 민족 내부의 사업이라고 인정한다”며 남북해운합의서에 서명했는데 이번에 보란 듯이 뒤통수를 맞았다.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도 재검토 대상이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 도발 자금을 보태주는 것은 정말 바보짓으로, 당장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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