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태주]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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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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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유난히 눈이 많아 여러 불편을 겪었지만 작년 가을부터 계속된 가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됐다. 경기침체와 실업 등 그러잖아도 걱정거리가 많은 국민은 당분간 물 걱정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당분간이다. 이제 곧 장마철과 태풍철이 오면 홍수를 걱정해야 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다시 가뭄을 걱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긴박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수 공급 등 임시방편을 동원했다면 이제는 매년 발생하는 홍수와 가뭄의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구의 온도는 지난 100년간 0.74도 올라갔다.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은 지구평균의 2배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쪽이 물 분야다. 평균적인 강수량 변화도 중요하지만 가뭄이나 홍수의 빈도가 더 잦아지고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0년간 강수량은 1920년 대비 7%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14% 감소했다. 계절적인 강우 쏠림현상이 고착화돼 여름 홍수, 봄가을 가뭄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잘 띄는 홍수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가뭄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단지 물의 양이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이 농축되면서 수질이 나빠져 ‘좋은 물’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와의 연관성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두 사업은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내용을 보면 별개의 사업이다. 한반도 대운하의 핵심기능인 물류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어 화물터미널 건설이나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구간 공사를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표된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화물선이 다니는 운하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수질 개선과 하천생태 복원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강으로 되살리는 사업임을 쉽게 알 수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등 이상기후에 대한 우리 국토의 대응 역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 오랫동안 쌓인 퇴적토를 준설하고 자연친화적인 홍수 조절지와 강변 저류지를 설치하여 하천의 홍수조절능력을 대폭 제고하는 사업이다. 가뭄과 물 부족에 대비해 중소 규모 댐과 보를 설치하여 물 13억 t을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이다. 더 나아가 그동안 방치한 수변공간을 국토의 중심이 되는 삶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여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꾀한다.

단순히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뉴딜성 사업만은 아니다. 지난 세기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의 역사를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여 다시 쓰는 작업이다. 과거의 양적 성장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질적 성장으로 경제를 전환하는 데 초석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강의 되살림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백년대계로 본다면 정파적인 다툼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도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가 해소되도록 비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시행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건설적인 비판은 사업을 지연시키지 않고 사후 발생할 문제점을 예방하여 오히려 시간을 단축하기 때문이다. 정치색을 버리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서로를 비판하고 설득한다면 우리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강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박태주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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