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민]아바타 성공비결, CG기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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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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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도 작년 말부터 계속되는 화두의 하나는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이다. ‘괴물’이 갖고 있던 국내 개봉영화 역대 최다 관객동원 기록도 갈아 치웠다. 3월 현재 누적관객 1300만 명, 누적 매출액도 1230억 원을 넘어서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바타’의 열풍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컴퓨터그래픽(CG)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는데 일각에서는 3차원(3D)영화, CG산업의 경쟁력이 국내 문화콘텐츠 업계를 부흥시켜 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듯하다. 특히 제작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몇 천억 원을 투입해 아시아 최대 CG제작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은 야심 차 보인다.

국가브랜드 증진과 매출, 신시장 개척, 수출 증진, 고용창출까지 많은 장밋빛 청사진을 갖고 시장을 지원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 수입되는 영화가 3D 일색이고 시장에서는 3D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인 듯하여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많은 분이 지적하지만 이런 유행은 실제적인 발전과는 많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발표한 지식경제부의 ‘서비스 연구개발(R&D) 활성화 방안’에서도 지적했지만 문화콘텐츠는 인문 사회과학 측면에서의 R&D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 원천기술의 개발보다는 이미 개발된 기술의 활용성 증대나 창의적인 기획에 의한 접목이 중요하다. 그래서 문화콘텐츠에서의 R&D는 기획이 중심이 된 개발(P&D)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영화 아바타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어린 시절 영감을 받았던 공상과학소설에서 출발하여 15년 전에 기획되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할리우드가 제공한 수많은 블록버스터의 성공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성공한 콘텐츠의 공통적인 요인은 철저한 전문가 시스템에 의한 협업의 결과라는 것이다. 좋은 소재의 발굴과 개발, 철저한 시장조사, 지속적인 교육과 양질의 인력 공급, 글로벌 규모의 마케팅 전략, 지적재산권의 확보와 사후 관리, 첨단기술의 개발과 콘텐츠의 접목, 투명한 투자관리와 벤처 캐피털 연계, 글로벌 유통 및 배급 전략 등 어느 하나라도 소홀해서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CG나 3D의 중요성과 비중이 물론 점차 더 커지지만 엄밀하게 보자면 전체적인 파이의 한 조각으로서 다양한 구성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잘 알려진 대로, CG에만 집착하다가 실패로 끝난 많은 사례는 일일이 이름을 대기도 귀찮을 정도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화콘텐츠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토대로 한 창의력이라는 투입 요소가 있어야만 혁신이라는 산출 요소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결국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처럼 기본(펀더멘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헬스클럽에서 윗몸일으키기만 집중적으로 백날 해봐야 늘어나는 뱃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우리 문화콘텐츠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전주기적이고 총체적인 유산소 운동이 있어야만 ‘아바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세계적 수준의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업체 관계자를 만나서 문화콘텐츠의 최우선적인 성공 요인을 물어볼 자리가 있었다. 의외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창의적인 인력이었다. 캐머런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나 천재가 나올 수 있는 전반적인 환경이 우리 사회에 구축되어 있는지 강의실부터 찬찬히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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