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기식]축! G20 실무회의 지방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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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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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급 회의들은 최대한 지방으로 분산할 계획이다.” 11월로 확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회 위원장이 했던 말이다. 실제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인천 송도에서 G20 재무차관-중앙은행부총재회의가 열렸다. 또 6월에는 정상회의의 실질적 토대이며 실무의제를 다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확보를 이끌어낼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금융경제 허브를 목표로 하기에 실무회의 유치가 매우 의미 있는 결정으로 와 닿았다.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바가 있었다. 정부의 결정이 G20 정상회의 유치에 실패한 지역 달래기 차원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지자체도 단순히 의제를 결정하면서 장소를 제공할 뿐이라고 생각하거나 국제적 이벤트 하나를 사고 없이 치러내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로 대처하는 것은 아닐까. 실무회의 자체가 의제를 조율하고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데 목적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거대담론만을 다루고 끝내면 지역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에 G20 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우리처럼 실무급 회의를 지역에 분산 개최했던 영국이 좋은 모범이 된다. 재무장관회의를 유치한 호셤이란 도시는 영국 남동부의 개트윅 공항에 인접한 지역이다.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지 못해 경제가 낙후됐었다. 호셤 시는 G20 실무급회담을 지역 경제발전의 호기로 삼고자 유관단체와 기업대표가 대거 참여하는 ‘호셤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가 발표한 발전계획안의 핵심은 기업의 신규 투자유치를 위해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알리자는 내용이었다. ‘개트윅 다이아몬드 지대’라는 용어를 만들어 호셤에 투자하면 런던을 포함한 남동부 거대도시에 1시간 이내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또 숙련된 노동력이 풍부함을 부각하고, 주택과 공장용지가 런던에 비해서 훨씬 저렴함을 내세웠다. 친기업적 정서를 널리 알리고자 매년 수여하던 ‘호셤기업가상’의 2009년 시상식은 재무장관회의가 개최되는 호텔에서 열리도록 했다.

지자체뿐 아니라 언론사와 지역대학도 기업가상 후원에 나섰다. 영국중소기업협회는 때맞추어서 호셤을 대표적인 기업친화적 도시로 지정하여 시의 홍보 노력을 적극 도왔다. 그 결과 호셤은 G20 실무회의를 계기로 낙후된 지역이 아닌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었고 신규 투자유치의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지역의 세계화 시대인 지금은 많은 지역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발 벗고 나선다. G20 실무급 회의는 이처럼 투자 유치 경쟁이 극심한 가운데 찾아온 절호의 기회다. 몇 년을 계획하고 준비해도 실현하기 어려운 투자설명회를, 그것도 여러 국가를 방문하지 않고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투자설명회나 마찬가지다.

이번 실무회의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갖추는 기회로 엮어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부산의 경우 그동안 세계도시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동북아 허브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특화산업으로 금융 부문을 강화했다. 이런 점에서 세계 금융경제 전문가의 방문은 더욱더 반가운 일이므로 그동안 계획하고 준비했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황기식 동아대 동북아국제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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