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난 수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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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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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수프Ⅱ- 치킨 덤플링
(종이에 스크린 프린트·88.9×58.4cm·1969년)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난 수프를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수프를 좋아하면 기분이 좋아요.”

캠벨 수프 깡통의 사진을 실크 스크린 방식으로 제작한 워홀. 이런 친밀감을 자신의 등록상표 같은 이미지로 표현한다. 먹음직스러운 과일을 그렸던 전통적 정물화와 달리 그는 공장에서 가공한 식료품 통조림으로 현대의 정물을 완성한 것이다. 전시에선 이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캠벨 수프 작업을 볼 수 있다.

수프 연작은 1961∼1963년 처음 등장했다. 196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화랑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수프 깡통을 그린 32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당시 길 건너 경쟁 갤러리는 실제 깡통을 쌓아놓고 “우리는 진짜를 단돈 29센트에 판다”는 문구로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남보다 한발 앞서 시대 변화를 감지한 워홀. 미국인이 즐겨 먹는 수프를 1960년대 아이콘으로 파악한다. 전국의 상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동일한 조립라인에서 생산된 수프를 먹는다는 것은 동시대가 같은 경험을 공유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워홀 역시 20년간 점심 메뉴로 캠벨 수프를 먹었다.

“세제나 콜라병 같은 물건을 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하루 종일 이런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데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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