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성]밴쿠버, 10억 달러 적자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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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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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줬던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1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겨울올림픽은 몇몇 종목에만 의지했던 과거와는 달리 빙상 3대 종목(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에서 모두 금메달을 땀으로써 한국이 명실상부한 겨울 스포츠의 강국임을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눈부신 성적은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3수’에 나서는 평창의 노력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신청을 포함해서 현재까지 확정되거나 신청을 계획하고 있는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의 일정만 봐도 앞으로 몇 년간은 바쁜 한 해 한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확정),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확정),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확정), 2018년 월드컵 유치(계획),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신청), 2020년 부산 여름올림픽 유치(계획).

이 모든 국제대회가 성공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보자. 과거 몇 차례 겨울올림픽도 손익계산서상 적자였는데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화려한 축제의 그늘에도 10억 달러의 빚이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여름올림픽을 개최했던 바르셀로나와 아테네도 적자 대회로 알려지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는 외국의 경우와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문화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하는 대전 엑스포(1993년)의 경험은 그런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한다. 한때 전 국민의 3분의 1이 방문하였다는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은 대회가 끝난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다가 최근에 와서 용도를 변경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건설된 축구 경기장은 몇몇을 제외하고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제대회 개최 측의 홍보물을 보면 한결같이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가 제고되고, 많은 참가자와 관광객이 오면서 지역주민의 소득이 증가하며, 대회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고용 및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강조한다. 작게는 몇천 억에서 많게는 몇조 원의 경제적 편익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생각하는 듯하다.

국제대회가 가지는 성격상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 제고, 국민에게 주는 희망과 기쁨과 같이 화폐로 표현하기 힘든 편익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적어도 명확하게 산출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산출의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혹시 과대 추정되지는 않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막대한 공적 재원을 투입하는 사업에서 막연한 편익과 비용보다 구체적인 수입과 지출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대회와 관련된 비용이 정확하게 얼마가 될 것인지는 가볍게 생각하는 듯하다. 국제대회 기간은 짧으면 며칠에서 길어야 한 달 남짓이다. 이후에는 남은 시설을 보수·관리하고 운영하면서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시 말하면 화려한 플래시와 조명이 꺼졌을 때부터 대회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외국과 우리나라의 경험에서 보듯 철저한 사전·사후 계획 없이 치러진 국제대회는 막대한 축제 비용을 재정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청구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대회가 한국의 품격을 높이고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나아가 해볼 만한 행사라는 의미에서 성공적이려면 대회 유치라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용성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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