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소연]우주 심포지엄에 한국학생이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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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국제우주대학에서 매년 주최하는 여름학기 프로그램인 SSP(Space Study Program)에 참여했다. 선발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 되긴 했지만 기계공학도였던 나로선 알지 못했던 우주와 관련한 많은 점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여러 나라에서 우리를 가르치기 위해 왔던 교수는 물론 30여 개국에서 모인 130여 명의 학생을 만나게 된 것도 수확 중 하나였다. 특히 SSP를 통해 국제우주대학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만난 많은 동료는 작년 여름 나로호 발사 때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우주대회에서도 나에겐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뿐 아니라 국제우주대학에서 알게 된, 85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활발하게 우주분야 교육에 열의를 보이시는 짐 버크 선생님은 국제우주대학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함께 논문을 쓰고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의 초창기 우주개발부터 참여하셨던 그분과 함께하는 일이 나에게 큰 기회이기도 했지만, 혹시 내 부족함에 실망하시진 않을까 염려도 컸었다.

지난여름부터 시작한 ‘미래 달 임무를 통한 우주교육의 전망’에 대한 논문은 각자 맡은 부분을 작성해서 e메일로 주고받으며 수정해 이번 2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제우주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심포지엄은 ‘우주의 대중적 측면(The Public Face of Space)’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발표를 하게 된 것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우주가 그다지 대중에게 많이 친근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인 나로서는 다른 나라의 활동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주가 친근하게 다가오려면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 및 유럽 여러 나라의 우주와 관련한 대중 활동과 특히 교육적인 면에 대한 발표는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주과학강국을 꿈꾸는 우리가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많은 사람이 우주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대중 활동과 교육 활동은 너무나 중요하고 앞으로 많은 노력과 발전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매번 스쳐 지나갔다. 또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는데 아직도 그 답변은 내게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역시 다른 나라에 대한 부러움과 나의 책임감으로 남겨진 점은 한국 사람이 나 혼자였다는 사실이었다. 발표를 하러 오신 분 외에도 여러 전문가를 직접 만나고 발표를 듣는 좋은 기회인 탓에 우주를 꿈꾸는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나라 우주청 기업 학교에서 주최한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이 부상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지난 SSP에서도 그렇게 참석한 학생이 많았던 사실을 되새기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우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심지어 참석한 교수 중에는 심포지엄을 인터넷으로 문자중계하면서 본국에서 지켜보는 학생의 질문을 대신 전달하는 분도 있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배움의 기회가 늘어남을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심포지엄이 끝난 다음 날에는 우주분야 리더를 꿈꾸며 국제우주대학 석사과정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물론 이 또한 지난 SSP에서 만난 국제우주대학 석사과정 책임 교수인 톨랴렌코 교수가 마련한 자리였는데 그 자리 역시 한국 학생이 하나도 없는 것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하지만 희망찬 미래는 있다고 믿는다. 1957년 최초 인공위성이 우주로 향하던 그때,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우주비행을 하던 그때, 그리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처음으로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던 그때, 우리는 우주는커녕 당장 끼니 연명도 힘든 나라, 전쟁의 잿더미에서 고통을 받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당당히 우리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과학실험 임무를 수행하고 로켓발사까지 시도한 나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우주기술 선진국이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위용을 떨치던 그때의 우리를 생각할 때, 가히 많은 나라가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한 발전이다.

우리 학생들 북적이는 날 꿈꾸며

언젠가 소련 지도자가 북한의 지도자에게 선물했다는 자동차를 박물관에서 본적이 있다. 지금은 모스크바의 너른 길이 우리가 만든 자동차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한국 사람이 외로이 한 명인 그 자리에 언젠간 한국 사람으로 북적이는 날이 오리라는 것도 희망이나 꿈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SSP에 참가한 학생의 숙소에 태극기가 걸린 창이 늘어나고, 팀 프로젝트가 한국 학생의 리드로 진행되고, 한국의 우주활동과 우주 교육을 소개하는 발표자가 심포지엄에 초청되고, 심포지엄 포스터 앞에 한국 학생이 발표자에게 질문을 하는 그때,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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