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수 받을 서대문 4개高, 교사가 이상한 반포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서울 서대문구의 인창고 중앙여고 한성고의 2009학년도 4년제 대학진학률은 40% 안팎이었다. 전국의 일반계 고교평균 60%보다 한참 낮아 교장들은 걱정이 많았다. 인창고 최용주 교장이 인근 두 학교 교장에게 공교육이 힘을 뭉쳐 ‘개천에서 용(龍) 나오게 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작년 말부터 세 학교에서 우수학생 70명을 뽑아 세 학교 우수 교사들이 매주 토요일에 수학 과학 논술을 가르치는 ‘최우수 학생 공동심화학습’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비싼 사교육비를 안 들여서 좋고, 교사들은 경쟁적으로 좋은 강의법을 개발하게 됐다. 학교의 자존심을 걸고 가르치고 공부하다 보니 학습효과가 높아지는 윈윈 효과가 나타났다. 세 학교를 보고 인근 이화여대부속고도 함께 진학전략개발팀을 꾸리기로 했다.

서대문구에 있는 네 학교가 박수 받고 있는 사이 서울 서초구의 반포고에서는 교사들이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생겼다. 반포고는 지난해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받았다. 과학중점학교가 되면 과학고처럼 수학 과학 이수비율을 40∼50%로 높이고 이공계 박사들도 강사로 둘 수 있다. 정부는 전국 53개 과학중점학교에 연간 4000만∼8000만 원씩을 지원하며 올해까지 자율학교로 전환하도록 했으나 반포고는 신청을 포기했다. 수학 과학 담당이 아닌 교사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의 반대도 극심했다는 게 학교 측의 전언이다.

교육효과를 높이는 주역은 역시 교사이다. 2007년 매킨지컨설팅은 교재나 시설, 학급 내 학생 수 줄이기에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교장과 교사가 앞장선 서대문구 네 학교는 공교육의 모범적 사례이다. 서대문구가 이들 학교에 3900만 원을 지원했듯이 정부는 잘하는 학교를 전폭 지원해 널리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환경이 좋더라도 반포고처럼 제 밥그릇 지키기에 더 관심을 쏟는 교사에게 발목 잡힌다면 공교육은 사교육을 넘어설 수 없다. 더구나 이런 교사들이 전교조에 몰려있다니 공교육의 현실이 답답하다. 교사답지 않은 교사들을 교장이 통솔하지 못한다면 교육당국과 학부모가 나서야 한다. 교원평가제를 서둘러 시행해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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