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원도연]19년 돌아온 새만금, 문제는 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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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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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의 역사가 19년 만에 새로 쓰이고 있다. 1991년 시작한 방조제 공사가 올해 완공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계획은 새만금특별법과 지난해 발표한 기본구상을 법적으로 뒷받침한다. 숱한 사건과 고비를 넘겨왔지만 새만금은 이제 질적인 전환의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외형적으로는 방조제공사에서 내부개발로 넘어가는 공사방식의 전환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세 가지 측면을 반영한다.

종합계획에 동서축 개발 의지 담겨

첫째는 환(環)황해시대 대중국사업의 전진기지로서 새만금의 의미다. 새만금의 최대 강점은 넓고 제약 없는 땅이다. 중국의 생산성과 일본의 기술 사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한국경제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이다. 두 번째는 복합개발의 의미다. 1억2000만 평의 간척지 전체를 농지와 농업용수로 활용하겠다는 최초의 계획이 70%의 복합용지와 30%의 농지라는 새로운 구도로 재편되면서 국제업무용지 산업단지 관광용지 등 다양한 옵션으로 변화했다. 세 번째는 녹색성장과 생태적 개발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발표의 핵심이 된 명품복합도시라는 기본 콘셉트는 생태지향의 ‘물의 도시’다. 새만금사업은 역대 어떤 개발사업보다 한국의 환경운동과 양식 있는 시민에게 빚진 바가 크다. 한국의 대표적인 반환경 프로젝트였던 새만금을 친환경의 대표사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발전시킨 데는 그들의 공로가 가장 크다. 새만금사업을 깨끗하게 성공시켜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만금사업이 전북도민에게 주는 희망과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지만 19년간 멀쩡한 바다를 막아놓고 한 평의 땅도 거두지 못했던 지난 세월에 대해 당사자들이 느껴온 불안과 안타까움을 생각해야 한다. 거꾸로 전북도민은 조상 대대로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땅으로 바꿔 내놓은 셈이다.

새만금은 이제 새로운 도전 속으로 들어왔다. 1990년대까지 대미(對美) 의존적이던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축의 발전을 가져왔다. 국토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을 중심에 놓고 지방을 연결하는 합종의 전략이었다. 환황해경제권의 성장은 서울보다는 서해안이, 경부축의 종단적 발전보다는 동서를 잇는 횡단의 전략이 더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새만금의 내용을 얼마나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 발표대로 2030년까지 2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합리적인 연차별 투자계획과 신뢰성 있는 재원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성패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땅값이다. 새만금은 전북도민만을 위한 프로젝트가 결코 아니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질 ‘특별한 땅’에 걸맞은 경쟁력의 첫 출발점은 얼마나 저렴한 토지가격으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기관 유치-재원 대책 뒤따라야

새만금이 동북아의 경제중심지가 되려면 전라북도가 제안한 대로 국제상품거래소와 같은 기관과 세계적인 교육 및 의료기관의 유치가 선행돼야 한다. 또 새만금∼포항고속도로를 조속히 건설하고 국제도시의 품격에 맞게 아름다운 항만과 국제공항을 갖춰야 한다. 전라북도는 새만금의 수질을 위해서라도 만경강 일대를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의무와 과제를 안게 됐다.

꽃피는 봄이 오면 새만금 방조제 33km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새만금의 북단과 남단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지난해 산업단지와 관광지 조성사업이 시작됐다. 창창한 바다,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던 불가능의 역사가 우리의 시야에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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