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기덕]3D산업 선점, 로드맵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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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계는 1950년대에 급부상하는 TV에 위협을 느껴 원시적인 3차원(3D) 영상을 개발했다. 카메라 2대로 하나의 장면을 각각 촬영한 다음, 영상이 겹쳐지도록 스크린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입체 이미지였다. 당시의 입체 영상은 선이 흐릿하고 눈의 피로 및 두통, 구토를 부르는 등 부작용이 심해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3D 이슈는 1990년대와 2000년대로 넘어와서도 단골메뉴처럼 간간이 제기됐으나 대부분 일회적인 붐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TV시장의 다음 트렌드는 평면경쟁에서 입체경쟁으로 이행된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업계의 의견은 관망하는 쪽이 우세했다. 일본에서는 2007년 12월부터 3D 위성 방송과 3D TV 판매를 시작했지만 가격에 비해 부족한 입체감 때문에 큰 반향은 없었다. 전반적으로 3D 확산에 필요한 콘텐츠, 기기,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3D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개봉한 3D영화 ‘아바타’는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7일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에서는 주요 TV업체가 3D TV를 앞 다퉈 소개하며 3D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이번 3D붐이 과거와 다른 점은 콘텐츠와 기기 쪽에서 동시에 붐이 조성된다는 사실이다. 3D붐의 선봉에 나선 것은 영화업계였다. 지난 3년간 영화관의 3D 스크린 수는 9배 정도 증가했고 할리우드 영화사에서는 올해 30편 이상의 3D 영화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이번 붐이 1920년대의 음향, 1930년대의 컬러 도입처럼 영화산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가전 업계에서는 3D 영화의 성공을 가정으로 확대하기 위해 분주하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사는 3D TV시장 규모가 올해 11억 달러에서 2015년에 158억 달러로 급속히 성장하리라고 예측한다. 특히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는 평판TV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3D TV를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이처럼 전환기를 맞은 3D산업에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기 서비스 콘텐츠로 이어지는 산업 혁신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평판TV시장에서 확보한 하드웨어의 주도권을 3D TV에서도 이어가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풍부한 3D 콘텐츠 제작 및 3D 콘텐츠 유통 환경의 정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초기 붐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산학연의 협력 하에 3D산업 육성을 위한 장기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기기 콘텐츠 서비스를 관장하는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범부처 차원의 연계하에 3D산업 진흥 계획을 수립할 필요도 있다.

국내에서도 3D에 대한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HD급 지상파 3D TV 실험방송을 10월에 내보내기로 했고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년 여수 엑스포를 3D TV로 실험 중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9월에 발표한 IT코리아 5대 미래 전략에서도 3D TV의 조기 활성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3D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은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3D 대중화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시간이 필요하다. 3D 콘텐츠 제작은 이제 시작 단계이고 관련 표준화 정비도 필요하다. 안경 착용의 불편함과 장시간 시청에 따른 피로감을 낮추기 위한 기술혁신도 필요하다. 한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의 준비와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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