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특단조치 자초하는 ‘부패 불감증’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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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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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깊어도 이렇게 깊을 수가 없다. 서울시교육청 비리 이야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교육청 비리 소식이 숨 고를 틈도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교육청 전체가 ‘부패 불감증’에 걸린 분위기다.

지난해 말에는 시교육청 일반직 공무원이 학교 공사를 알선해 주는 대가로 중형 승용차를 제공받았다가 적발됐다. 12일에는 인사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현금 2000만 원이 든 직불카드를 받았다가 역시 덜미가 잡혔다. 급식업체 대표 회원권으로 골프를 친 교장들의 행동은 ‘소소한’(?) 비리로 보일 정도다.

서울시교육위원도 서너 명이 방과 후 학교에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도운 뒤 대가를 받아 검찰이 조사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시교육청이 행정부라면 시교육위는 입법부다. 행정부를 관리 감독 감시해야 할 시교육위도 부패에서는 시교육청과 ‘짝패’다. 견제 세력까지 그 지경이니 시교육청이 국민의 눈을 무서워할 리 없다.

시교육청 국장급 간부는 지난해 재산신고 과정에서 14억여 원을 누락해 일선 학교 교장으로 물러났다. 평생 교육자로 산 사람이 ‘실수’로 14억 원을 빼먹었다는 해명에 교장 전근으로 무마한 것이다. 게다가 이 학교는 강남에 위치한 선호 학교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닌 것 같다. 모두 떨고 있는 걸 보면 언제 어디서 무엇이 또 터질지 알 수가 없다. 제도가 사람을 썩게 한 것인지 원래 썩은 이들이 모인 곳인지 모를 정도다.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또 1월 정기 인사 때 5급 이상은 물론이고 6, 7급 공무원까지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면서 새 판을 짜려고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감 없이 ‘임시직 외부인’이 이끄는 부교육감 체제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소나기는 피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은 여전히 똬리를 틀고 버틴다. 교육감 선거가 있는 6월 2일까지만 견디면 다시 호시절이 올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대표 선수 고르기’에 나섰다는 말도 들린다.

공교육의 희망을 믿는 사람으로서 시교육청을 ‘악(惡)의 소굴’처럼 묘사하는 건 마음 아픈 일이다. 대다수 교육자들은 양심을 걸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고 애쓴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부패세력이 더는 교육계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꼭 필요하다. 기득권 세력도 알아야 한다. 부패의 늪에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직불카드 장학사’처럼 강제축출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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