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정식]소외 청소년에 희망 나눠주는 발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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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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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달력도 어느새 마지막 장만 남았다. 바람이 매서워져 추위가 심해질수록 더 힘들게 느껴질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떠올리게 된다. 매년 말이 다가오면 필자는 보육원, 아동센터 등 어려운 이웃을 방문하곤 했다. 평소에는 자주 접하지 못했던 그들을 만나 적게나마 도움을 줄 수는 있었겠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는 없는 것 같아 매번 아쉬움이 들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교육비 지출액을 보면 소득 계층에 따른 교육비 지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소득이 가장 적은 20%(1분위)의 경우 전년 대비 14.6% 감소했고, 소득이 가장 많은 20%(5분위)는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을 더 받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자녀 교육비 지출을 많이 줄인 결과일 것이다.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 가운데 가난의 대물림이 점점 고착화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 방지는 우리 사회에 던져진 가장 큰 화두이며 동시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어려운 이웃을 방문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무거움을 지울 수 없었다. 일회성 방문의 한계를 느꼈으며, 이들에게 지속적인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특허청이 청소년의 창의력을 증진하기 위해 시행한 발명교육에 나눔의 문화를 접목하게 됐다.

나눔 발명 교육은 교육 여건이 좋은 대도시 지역이 아닌 흑산도 같은 도서벽지, 보육원 등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가 에어로켓, 로봇팔, 하이브리드 자동차 만들기 같은 발명체험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이다. 발명교육과 더불어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책과 다양한 학습도구를 기증했다.

교육을 마무리한 후에는 발명교육 홈페이지에 온라인 공부방을 만들어 발명에 대한 아동의 관심이 지속되도록 하기로 했다. 어려운 시기에 발명과 창의적 활동을 통해 경험하는 자신감과 기쁨은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눔 발명 교육이 특허청만의 고유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도록 필요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미래 세대는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새로운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미래 세대에게 가난이라는 현실이 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당장의 배고픔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갖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가난 때문에 자신이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혹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갖기도 힘들게 한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의 여성 화학자 아다 요나트 박사도 1939년 예루살렘의 빈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방공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는 단 한 권밖에 없던 책인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고 화학자의 꿈을 키움으로써 위대한 생화학자가 될 발판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퀴리의 전기가 요나트 박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에게 나눔 발명 교육이 잠재된 가능성을 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두고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위대한 발명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나눔 발명 교육이 하나의 모델이 되어 연말 이웃과의 연대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나눔 문화 확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정식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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