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구조조정 속도를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부실 사립대의 퇴출은 1년 전인 2008년 12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업무보고 때 발표한 주요 업무였다. 교과부는 장관 자문기구로 4월 대학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진단기준 마련 및 실태조사를 마친 뒤 11월경 결과를 발표한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들이 현재 입시 전형 중이고, 구조조정과 재산정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음을 이유로 저항하자 교과부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부실 대학 명단 발표가 해당 대학의 반발에 밀려 내년 1월 이후로 연기된 것은 심각한 교육개혁 후퇴다.

위원회는 6월에 “자율적 퇴출 경로가 없는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잔여 재산을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도록 귀속특례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건의했다. 교과부도 이를 수용했다. 그래놓고 교과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해당 대학들이 아직도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교과부가 해당 대학들의 움직임에 겁을 먹었거나 로비에 넘어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과부와 위원회는 신입생 충원율을 부풀리거나 고교 진학담당교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해 신입생을 모집하고,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학생까지 무분별하게 유치한 대학을 10곳가량 적발했다. 2008년 전국의 전문대 147개를 포함한 405개 대학 가운데 신입생 충원율 80%가 안 되는 대학이 52개, 이 중 60% 미만인 대학은 13개나 된다. 대학 수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 크다.

이런 대학들이 학생 교육을 충실히 하리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부실 대학의 ‘학위 장사’를 방치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대학진학률이 84%나 되는데도 기업에선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대졸 백수가 쏟아지는 것도 부실 대학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도 이런 대학이 또 신입생 장사를 하도록 내년까지 구조조정을 늦추는 것은 교과부의 중대한 직무유기다. 내년 합격자 발표를 보고 한바탕 기뻐했다가 갑자기 자신이 갈 대학이 퇴출 대상이 된 것을 알게 될 학생들은 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사립대학만 닦달할 것이 아니라 국립대학의 통합작업도 속도를 붙여야 한다. 연말까지 ‘단일법인 연합대학’ 대상을 선정하는 국립대학 구조조정에도 교과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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