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수사계획을 노조에 빼돌리는 ‘두더지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법원의 재판 전산망에 들어있는 검찰 수사정보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넘겨진 일이 또 발생했다. 최근 경찰이 전공노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관련 정보가 사전 유출된 흔적이 나타났으며, 철도노조 파업 중에도 핵심 간부들이 체포계획을 미리 알고 잠적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노조 관계자들을 가장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법원노조가 수사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작년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前歷)을 가진 부산지방법원 노조 상근직원이 지난해 6, 7월 국가보안법 위반자 및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令狀) 정보를 수십 건 빼내 일부 피의자들에게 알려줘 구속된 바 있다. 재판 전산망 접속 권한이 있는 법원노조 간부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한 유출사건이었다. 검찰은 최근 불법노조 활동 등 공안사건 관련 수사 정보가 자주 새나가는 사실을 중시하고 있다.

검찰 경찰의 수사과정에는 피의자들이 눈치를 채기 전에 비밀리에 진행해야 할 절차가 많다. 증거 자료를 감추기 전에 압수하거나 전화 감청이 필요할 때 법원의 영장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정보가 새나간다면 수사를 망치게 된다. 검경이 이런 과정을 통한 과학적인 증거확보 없이 피의자의 자백에만 의존한다면 유죄판결을 받아내기도 어려워진다.

법원 노조원들이 일부 세력의 국가안보와 법질서 유린행위를 은밀히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면 큰일이다. 법의 수호자여야 할 법원 직원이 범인 도주와 증거 인멸을 돕는 행위는 사법절차를 훼방하고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한두 번도 아니고 둑에서 계속 물이 새는 데도 두더지를 방치한 당국의 잘못이 크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직원이라도 재판업무 담당자 이외에는 누구도 재판 전산망에 접근할 수 없도록 11월부터 ‘지문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마우스를 통해 지문을 찍어 본인임이 입증돼야 접속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 수사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다. 두더지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전공노는 어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의 연대투쟁을 선언했다. 법원노조의 활동도 초록이 동색이다. 이들도 노조원이기 이전에 공무원이다. 국민의 공복인 일부 공직자가 노조의 간판을 걸고 이렇게 심한 일탈을 하는데도 과연 공무원 노조를 계속 존속시킬 것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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