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프간을 테러 세력에 넘겨줄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제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의 미군을 증파하고 2011년 7월 철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아프간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국민에게 직접 전하기 위해 취임 후 첫 대(對)국민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철군 시점을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 1월보다 훨씬 앞당겨 잡는 배수진까지 쳤다.

아프간전쟁은 2001년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와 보호세력인 탈레반을 응징하기 위해 미군이 그해 10월 7일 아프간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탈레반과 알카에다 잔존세력을 그대로 놓아두고 철군하는 것은 세계 평화와 미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의 미군 증파는 당연한 선택이다. 3만 명이 증파되면 아프간 주둔 미군은 9만8000명으로 늘어난다.

아프간의 자위 병력은 군 9만 명, 경찰 9만3000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철군을 위해 아프간의 군과 경찰을 합쳐 40만 명의 치안 병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오바마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백지수표를 주는 시절은 끝났다”고 강조했다. 무능하고 부패에 물든 아프간 정부에 퍼주기식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아프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카르자이 정권을 바로 서게 해야 한다.

미군 증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탈레반은 전면 공격을 포기하고 게릴라전으로 전환해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을 괴롭히고 있다. 수도인 카불은 지난달 대통령특사로 갔던 한국 국회의원들이 호텔에 묵지 못할 정도로 위험하다. 아프간 국민은 오랜 전쟁에 지쳐 있다. 탈레반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탈레반용 군사작전과 민간용 재건작전이 모두 동원돼야 한다. 전투병 파견과 아프간의 재건, 자위병력 양성을 위한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가 파견하기로 한 지방재건팀(PRT)도 기여할 분야가 많다. 한국이 계획하고 있는 경찰 훈련이야말로 아프간의 홀로서기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지원이다. 3만 명의 추가 병력 파병은 미국에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방한 때 일부 주한미군이 아프간에 재배치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한미군이 아프간에 차출돼 안보 공백이 발생하는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아프간 지원은 중요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